출근하지 않겠다는 당신에게

by 책봄

"너는 좋겠다. 집에서 살림만 하면 되니까. 나도 회사 그만두고 전업주부 하고 싶다."


"당신은 좋겠다. 나도 당신처럼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


이 이야기는 10년 차 워킹맘의 하소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직장인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지만 워킹맘의 직장생활이란 더욱 녹록하지 않음을 알기에 친구의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고두고 그 말이 가슴에 남더군요.


'집에서 살림만 하면 된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산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직장인라면 누구나 한 번쯤 퇴사를 꿈꿉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업무전화와 서류 작업, 지옥 같은 출퇴근길 대중교통, 지긋지긋한 인간관계로부터 해방을 꿈꾸며 멋지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날을 상상하곤 하죠.


"여자들은 간절함이 없어서 안돼. 결혼하면 남편 믿고 무책임하게 일은 그만두고."


8년 전, 성차별적인 발언과 모욕을 견디며 결혼 잘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팔자 좋은 여자인 척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대외적인 이유는 '육아'때문이었지만 보다 솔직한 이유는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 직장 내 인간관계 갈등으로부터 쉬고 싶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무심하게 던진 시대착오적인 상사의 말처럼 어쩌면 전업주부의 삶에 로망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남은 이들에게 왈가왈부 따져봐야 더 신나서 뒷말을 떠들어댈 것을 알기에 모욕적인 발언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업주부의 삶은 생각처럼 자유롭고 여유로웠을까요?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인기 웹툰 <미생> 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회사 안은 전쟁터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매일 전쟁터로 출근할 때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가고, 함께 출발한 친구들이 앞서 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졌습니다. 가정경제는 넉넉하지 못하고, 육아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정성을 쏟으면 쏟을수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죠. 결국 전업주부의 기쁨과 슬픔역시 직장인의 애환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몸소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전쟁터나 지옥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할까요.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19 한국워킹맘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가정의 비율은 51%로 전통적인 의미에서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사를 책임지던 생활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워킹맘의 75%는 계속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해요. 그 이유는 가계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등 경제적인 이유가 60%를 넘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요.


이 이야기는 전업주부가 쓰고 있지만, 사실은 워킹맘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가정을 더 잘 돌보기 위해 오늘도 퇴사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워킹맘에게 간접적으로나마 퇴사 이후의 삶, 퇴사 후에도 끝나지 않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