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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an 27. 2024

지출내역 살펴보기

육아휴직을 앞두고 우리는 1년간 생활비가 무일푼일 것을 대비해 지출내역을 살펴보기로 했다.


고정비로 나가는 통신비, 렌탈비, 보험료 등은 줄일 부분이 없어보인다. 연간 필요한 고정비를 계산해보니 연말에 받은 성과금과 비슷했다. 23년 연말보너스는 1원도 쓰지 않고 그대로 고정비 통장으로 입금하고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계좌에 연결된 카드를 꼭꼭 숨겨두었다.


다음 큰 지출은 아이 교육비. 학습지 1개와, 방과후, 화상영어, 미술학원, 아이스하키. 꼭 필요한 것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꽤 많은 비용이 들고 있었다. 한가지만 줄여야 한다면 미술학원을 줄이고 싶었다. 방과후로 저렴하게 대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라며 절대로 그만둘 수 없다며 버텼다. 남편은 아이 말에 마음이 약해졌는지 결국 숨겨두었던 비상금을 공개했다. 아이 미술학원비는 남편의 비상금으로 메꾸기로 합의했다. 아이 앞으로 들어두었던 5년짜리 적금은 1년치 아이 교육비로 고스란히 들어갈 예정이다.


식비는 우리가족이 가장 아끼기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남편은 많이 먹고, 아이는 다양하게 먹고, 나는 남편과 아이가 먹지 않는 것을 먹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먹는 것 만큼은 돈을 아끼지 말라고 가르친 친정엄마의 가르침 덕분인지 식비만큼은 줄이고 싶지 않다. 다만, 해볼 수 있는 노력이라면 배달음식 안 먹기와 카페 금지. 기분이 가라앉고, 당이 당길 때면 달콤한 바닐라라떼를 주문해먹는 것이 나의  중 하나였는데 그것을 대신하기 위해 믹스커피를 사왔다. 이제 당충전이 필요할 때면 믹스커피 2봉을 뜯기로 한다.


맥심 슈프림골드 생각보다 맛있다♡


절마다 한두벌씩 소소하게 사던 옷은 1년간 구입금지다. 와중에 가장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는 아들 옷은 도저히 안 사줄 수가 없어서 설날에 받는 세뱃돈은 새옷 사는데 쓸거라고 미리 단단히 못 박아 두었다. 엄마, 아빠는 있는 옷으로 1년은 버텨보기로.


1~2권씩 소소하게 사들이던 책도 최대한 도서관 이용하고, 중고서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신작은 온라인서점에 리뷰를 남겨 받은 포인트를 조금씩 모아서 사거나 도서관 예약 차례가 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려보기로 했다. 당분간 고전이나 이미 지나간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도 방법일지도. 대신 아이 책은 꾸준히 사기로 했다. 마지막 11개월 남은 아동양육수당 10만원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온라인 대여몰과 중고서점을 이용하고, 다 읽은 책은 바로바로 중로도 되팔아서 야금야금 포인트를 모으는 방식으로 아껴보기로 했다.


당장은 이 정도의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살면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과 소소하게 들어가는 비용들이 모여서 목돈이 되는 일은 흔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수입이 없는 동안의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이 잘 안된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혹은 전혀 반대로 최소한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비용이 필요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어느쪽이든 올해 1년이 앞으로 생활에 있어 새로운 국면이 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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