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형 사람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유일한 내향형으로 초대된 적이 있다. 그들은 매주 '오늘은 00로 갑니다.'라며 자신들의 주말 나들이 계획을 공유했는데 마침 누군가가 근처에 있으면 번개로 만나곤 했다. 아무 계획이 없던 사람도 모임이 성사되면 신이 나서 자기도 나가겠다며 환호를 질렀다. 그럴 때면 항상 너도 나오라며 제안했는데 내향형인 우리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번개는 받아드리기 힘들 때가 많았다. 계획됐던 약속도 막상 당일이 되면 '취소되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하는 내향형 인간에게 번개 만남은 쥐약이다. 그렇게 몇 번을 거절하니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권유하기를 멈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만 모르는 이야기들이 쌓여갔다. 원래도 단톡방에서 말할 타이밍을 자주 놓치는 나로서는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다 지쳐 어느 순간 알람을 꺼놓고 글을 읽지 않게 되었다.
꼭 단톡방이 아니더라도 SNS나 카톡프로필에도 연휴가 지나면 어디에 다녀왔다는 후기나 사진들이 손쉽게 공유되다보니 연휴에 집에만 있는 가족은 정말 우리 가족만 있는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정작 그렇다해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사정이 좀 다르다. 혹시 주말에 어디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만 할 말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마음이 쓰이는거다. 다행스러운건 아이도 딱히 외출을 원하지 않는다는거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평소에는 즐기지 못하는 여유를 마음껏 누리다가 반나절쯤 잠깐 콧바람만 쐬고 와도 좋다하니 아홉살 애어른이 따로 없어보이지만 가족 전체를 두고보면 얼마나 조화로운지.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는데다가 '3월 2일=개학'이라는 공식을 깨고 3월 4일에 개학을 하기 때문에 나흘을 공짜로 얻은 기분 탓인지 개학 전 마지막 기회라며 여행을 계획하느라 단톡방이 분주하다. 그 이야기들을 못본채 하고 '연휴에 사람 많은데 가는거 아니다, 연휴에는 집콕이 제맛이야!' 혼자 되뇌며 우리는 우리대로 연휴를 재미있게 집에서 보낼 계획을 세운다. 연휴동안 먹을 집밥 재료를 준비하고, 읽고 싶었던 책도 미리 빌려두고, 미디어 규칙도 조금은 융통성있게 조정하여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도 마음껏 보기로 한다.
그래도 막상 개학일이 다가오니 너무 집에만 있었나 싶어 살짝 불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물으니 명쾌한 해답이 돌아온다.
"친구들이 방학동안 뭐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할래?"
"엄마. 그런거 물어보는 애들 없어."
하하하. 다행이다. 물어보는 애들 없어서. 그래. 우리만 좋으면 됐지 뭐.
내향형 우리 가족은 새학기 새로운 선생님과 아이들, 스케줄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뺏길 것이 뻔하기에 미리미리 집에서 에너지를 비축해둔다. 최대한 가득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