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앞에 서서 고민한다. 알이 크고 윤기나는 만오천원짜리 딸기를 살 것인가, 알은 작지만 저렴하고 양이 많은 9천원짜리 딸기를 살 것인가. 집어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다 결국은 저렴한 딸기를 바구니에 담는다.
"먹는 데 아끼지 마라. 먹는 게 남는거야."
친정엄마는 음식은 아끼지말라고 가르쳤지만 당장 수입이 없어진 지금, 가장 빨리 아낄 수 있는 것은 식비다. 아이가 방학이라 가뜩이나 식비가 오르는 겨울인데 남편까지 회사에서 먹던 공짜밥 대신 집밥을 삼시세끼 먹으니 외식, 배달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역부족하다. 과일이나 간식을 최대한 줄이고 적극적으로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하며 식비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공식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전, 남편은 인사부서에 있는 믿을만한 동료와 상담을 했다. 동료 말이 휴직개시일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남은 연차를 먼저 소진하라고 조언했다. 근속년수가 10년이 넘었으니 연차만 소진해도 한 달이 넘었다. 지난 1월은 엄밀히 말하면 육아휴직이 아니라 휴가 중이었던거다. 때문에 육아휴직 수당은 받지 못했지만 대신 월급은 평소처럼 100% 지급되었다. 놀고 있는데 월급이 고스란히 나오니 그 쾌감이 말도 못했다.
휴직 두번째 달.
회사에서 근무일수를 따지는 방법에 따르면, 열흘 정도를 더 출근한 셈이 되어 두번째 달에도 월급의 50%가 지급되었다.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출근하지 않고 있는데 월급이 나오는 일은 신났다.
휴직 세번째 달에 접어드는 3월.
이제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은 더 이상 없다. 그동안 쓴 카드값을 마지막 월급으로 모두 결제하고 신용카드를 없애버렸다. 대신 체크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100만원을 넣어두었다. 이제 이것이 우리 집 한 달 생활비가 될 것이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업주에게는 임금 지급의 의무가 없다. 대신 고용센터에서 최대 1년간 급여를 지원하는데 통상임금의 80%까지 지원하며 상한액은 150만원이다.
3+3 부모육아휴직제라는 것도 있다. 이 경우 첫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단, 상한액은 200~300만원으로 첫 달은 200만원, 두번째 달은 250만원, 세번째 달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주의할 점은 이 제도는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에게만 해당되며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조심스러운 돌 이전의 아이를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될지 미지수다. 공식적으로는 남편의 육아휴직도 권고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는 미비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아이가 이미 초등학생이 된 후라면 3+3 부모육아휴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 초등입학을 앞두고 퇴사를 고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3+3 휴직제도가 12개월 이내 자녀에 한정된다는 점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우리가 고용센터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급여는 매월 150만원이 전부다. 8년 전 내가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와 똑같은 비용이다.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저출산이 심각하다며 각종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그동안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할 때, 8년간 육아휴직급여는 제자리라니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