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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02. 2022

나는 '전업주부'입니다.

전업주부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특목고 출신, 

*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평균학점 4.0

* 토익 900, JLPT 1급, 해외봉사, 어학연수 등 

* 인턴십 경험 다수


남부럽지 않은 스펙의 주인공은 10년 뒤 전업주부가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화려한 스펙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함께 출발한 친구들이 대리, 과장이 되고 7급 공무원으로 승진하는 동안 저는 '경단녀'가 되었습니다. 


바닥난 자존감은 회복할 길이 없고 거울 속 내 모습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이런 나를 부추기듯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는 육아를 위해 경력을 포기한 '경단녀'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시선들이 불편합니다. 타의로 시작된 전업주부지만 이제는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란에 쓸 말이 없고 내 명의의 신용카드 하나도 쉽게 발급할 수 없는 처지에 주눅 들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감히 외벌이로 근근이 살아가며 '주부'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너무 흔하고 특별할 것이 없어 아무도 관심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저것도 배부르니까 하는 소리라고 할지도요. 대출, 교육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정을 저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용기 내어 쓰기로 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전업주부가 된 자신의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는 단 한분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전업주부의 세계로 어서 오세요. 새로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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