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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Oct 25. 2022

살림을 위한 자투리 시간 활용법

 아침밥을 차려먹고, 씻고, 남편을 먼저 출근시키고, 등원 준비를 하는 아이를 도와주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운이 좋게도 5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당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는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역시나 5분이 남았다.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1. 일찍 나간다.

2. 스마트폰을 본다.

3. 빨래를 갠다.


 아무리 바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라도 잠깐의 틈은 있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무언가를 시작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냥 흘러 보내기에는 꽤 긴 시간. 자투리 시간. 예를 들면 아이가 용변을 보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다.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 텐데 혼자서 뒤처리를 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가 일을 마칠 때까지 곁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무언가를 하기가 참 애매하다. 언제 부를지 모르는 아이를 위해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자니 '아직 멀었어?'하는 조급함이 찾아온다. 이럴 때 무엇을 하며 기다리면 조급함도 이기고, 자투리 시간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어떤 일을 하려면 중간에 맥이 끊겨도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집안 일 중에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빨래 개기를 추천한다. 빨래를 개는데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수건 열 장을 개는데 걸리는 시간을 재봤다. 한 장에 약 8초가 걸렸다. 열 장이면 80초, 2분이 조금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이렇게 금새 끝날 일인데도 우리는 이 일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은 건조기나 건조대 위에 있는 옷을 바로 꺼내 입는 지경에 이른다. 왜 그럴까?


 빨래 개기가 하찮은 일이라 그렇다. 언제든 금방 끝낼 수 있는 쉬운 일이라서 중요도에서 자꾸 밀리는거다. 설거지는 당장 하지 않으면 그릇이 없고, 세탁기는 돌리지 않으면 새 옷이 없지만 마른 빨래를 개는 일은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 찾는 옷이 없거나 건조기를 돌려야 하는데 건조기 안이 꽉 차 있을 때 비로소 불편함을 느낀다. 그전까지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빨래 개기가 자꾸 뒤로 밀리는 것이다. 당장은 불편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미루면 언젠가는 불편해질 일. 그 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거다. 큼직한 시간들은 당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쓰고, 자투리 시간은 언젠가는 불편해질 일을 위해 쓰자.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탁기부터 돌리는데 이때 건조대에 있는 마른빨래를 일단 모두 걷어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건조기가 없다. 모든 빨래를 건조대에서 말린다.) 바로 개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다른 바쁜 일부터 처리한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침식사를 차리는 일, 아이 등원 준비를 돕는 일, 내가 씻고 단장하는 일 등이다. 준비를 마쳤는데도 1~2분의 시간이 남는다면 그때 수건 몇 장을 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건 한 장을 개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초다. 2분이면 열 장을 갤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2분 동안 할 수 있는 일 중에 수건을 개는 일 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일을 찾지 못했다.


 집 안을 오며 가며 아직 개지 못한 마른빨래가 눈에 거슬려도 손대지 않는다. 그 일은 언젠가 남을 자투리 시간에 할 일이기 때문이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갈 준비를 마치고, 남은 1~2분의 시간 동안 속옷과 양말을 갠다. 이 때 속옷이나 양말은 열심히 개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아무리 예쁘게 접어 넣어놓는다 한들 하루를 못 간다. 그러니 대충 개서 서랍에 넣는다. 꺼내 입을 수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집에 돌아온 아이가 볼 일을 보는 동안 기다리면서 또 남은 티셔츠와 바지를 정리한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귀찮은 빨래 접기도 할만한 일이 된다. 큰 마음먹고 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도저히 틈새시간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괜히 머릿속이 복잡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도 있다. 하루 종일 개지 않은 빨래가 침대 위에서 나뒹굴기도 한다. 그런 날은 퇴근한 남편이 또는 침대에 눕고 싶은 아이가 스스로 빨래를 개는 날이다. 너무 자주라면 불평하겠지만 가끔은 괜찮다. 그들도 집안 일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대신 엄마가 꼭 지켜야 할 한가지 약속이 있다. 바로 예쁘게 개지 않아도 잔소리하지 않기! 잔소리를 해서 나아질 것 같으면 백 번, 천 번이고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는 절대로 개선되지 않는다. 서로 마음만 상할 뿐이다. 서로 기분만 나빠질 일이라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이득이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 빨랫감만 다시 개어두면 된다. 수고한 남편과 아들 몰래.


 가끔은 엄마의 완벽하지 않은 살림이, 조금은 어설픈 집안이, 빈틈을 보이는 엄마 모습이 남편과 아들을 숨 쉬게 한다고 믿는다. 오며가며 조금씩 남는 자투리 시간.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딱히 해야 할 일을 차찾지 못했다면 빨래 개기를 적극 추천한다.  

아들의 속옷서랍(왼쪽) , 엄마의 운동복 서랍(오른쪽) / 정리되지 않은 서랍이면 뭐 어때?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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