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배우는 자기 효능감

by 책봄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한 아이는 무엇이든 "내가! 내가!"를 외치며 스스로를 시험해보려고 한다. 에릭슨의 발달 단계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자율성'을 획득해야 하는 시기다. 이때 부모는 위험한 행동이나 남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지만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건강한 자율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 시기 지나친 통제로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 부모가 통제한다 ->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 '내가 원하는 것=잘못된 것'으로 인식 -> 나는 잘못된 것을 원하는 사람 -> 수치심


비단 영유아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때가 되면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좋은 공부 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는 여전히 놀 궁리만 한다. 엄마는 아이를 통제하는데 힘을 쏟고, 아이는 엄마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엄마와 아이의 동상이몽. 아이는 자기 뜻대로 행동하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부모는 그것을 통제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영유아기 때와 다른 점은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아이는 '왜?'라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면 안 되는지, 책은 왜 읽어야 하는지 등 의문을 품는다. 부모가 그 질문에 적당한 해답을 주지 못한 채 강압적으로 통제만 반복하면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며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아이를 믿고, 존중해주되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두어야 한다. 영유아기에도 최소한의 안전한 틀 안에서 자율성을 인정해주었듯이 말이다. 그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바로 '공부 맷집'을 키우는 일이다.




"공부를 시작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요즘 너도나도 등록하려고 줄을 선다는 어느 학원 수업이 아니라 작은 성취에서 시작된 자신감입니다." <초등 자기 주도 공부법>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내적인 힘. 외적 동기가 아닌 강력한 내적 동기로 스스로 행동하는 힘. 그것이 공부 맷집이다. 공부 맷집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꼭 갖추어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효능감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소개한 이 개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뜻한다. 즉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이다.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주저함이 없다. 실패에 좌절하기보다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비단 공부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자기 효능감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보았고 성공했던 경험. 그 경험들이 쌓여 스스로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고, 조금 어려워 보이는 것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도전해보는 것이다. 바로 영유아기 "내가 할래!"를 외치던 3살 때부터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스하키를 처음 시작한 아이는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가만히 서 있기 조차 힘들다. 자꾸 넘어지고 비틀거리는 아이 옆으로 친구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지나가는 친구들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나만 못 타잖아. 재미없어. 안 할래.' vs '나도 친구들처럼 잘 타고 싶어. 한번 해볼까?'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가 후자의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기를 원한다. 아이가 후자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이를 대신해 스케이트를 탈 수는 없다. 탈 수 있다한들 그건 아이의 실력이 아니라 부모의 실력이다. 아이를 말로써 격려하고,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해 보충 수업을 시켜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부모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최종선택은 누가 할까? 바로 아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자기 효능감을 키워주는 일이다.




영유아기에는 안전한 환경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일곱 살이 된 아이에게는 더 넓은 무대에서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바로 '운동'이다.


아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운 지 3개월 만에 비로소 아이스하키도 타보겠다고 마음을 열었다. 불가능하고 어렵게만 보였던 일(=아이스하키)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뀐 것이다. 생각이 바뀐 이유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데 성공했다는 작은 성취감이 먼저 있었기 때문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때와 다르게 아이스하키는 좀 더 어려운지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는 않는다. 끝나고 나면 항상 후련한 얼굴로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무엇이 재미있었다는 걸까?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될 거야.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울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넘어지더라도 결국은 잘 탈 수 있을 거야.'


바로 그거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믿어보는 것. 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엄마, 아빠의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몸으로 부딪히며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30만 원을 주고 스케이트만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니다. 자기 효능감 그 마음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