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키우는 공부 맷집

by 책봄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다. 반갑지가 않다. 겨울이 오고 있고,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이번 해는 한 달, 한 달 지나는 것이 좀 더 특별하다. 왜냐하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꼬물꼬물 눈도 잘 못 뜨던 아이가 언제 이만큼 자라서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진부하지만 시간 참 빠르다.


초등 입학을 앞두고 한글, 영어, 수학, 독서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아이는 엉뚱하게도 국영수 학원 다닐 비용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다. 태권도, 축구, 줄넘기도 아니고 뜬금없이 하키를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 반응은 역시나였다.


"아이스하키는 귀족 스포츠 아니야?"

"외동으로 키우니까 금전 부담이 없구나."


천만의 말씀. 평범한 월급쟁이에 심지어 외벌이인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여유 로울리 없다. 솔직히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위해 포기한 것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미술학원을 그만두었고, 학습지를 끊었다. 영어는 엄마표로 하기로 했고, 피아노나 태권도, 축구, 줄넘기 같은 다른 예체능은 한동안 꿈도 못 꾼다. 운동선수를 시킬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공부 때문이다.




운동으로 키우는 공부 맷집


일곱 살 먹은 아들. 유치원에서는 형님반이라며 의젓한 척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들. 지금 가장 필요한 공부는 무엇일까?


한글? 파닉스? 덧셈 뺄셈?


그것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은 아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일곱 살 먹은 아이를 책상에 앉혀 파닉스를 익히고, 한글 쓰기 연습을 하고,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 맷집'을 키우는 일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방해 요소들 그것을 극복해내는 힘이 바로 '공부 맷집'이다.


자존감, 협동, 경쟁, 문제 해결, 회복탄력성, 체력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경쟁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고,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 협동하고, 실패가 있더라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 이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체력까지. 학창 시절 입시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떻게 기르느냐? 경험이다. 좌절을 딛고 일어선 경험, 시련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 누군가와 협동하여 무언가를 이루어낸 경험들이 바로 입시 공부를 위한 1차원적인 스킬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평생을 배워야 할 공부 맷집 나아가 인생 맷집이다.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에게 조차 '이거 조심해라, 저거 조심해라' 잔소리를 해야하는 요즘 분위기에서 각종 사고와 안전문제로 너도 나도 몸조심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에게 가장 안전하게 좌절과 시련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운동'이다. 운동을 통해 공부 맷집을 키우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장 짧은 시간에 진하게 배울 수 있다. 운동하는데 무슨 공부냐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거다. 적어도 초등 저학년까지는 다른 예체능을 배우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선택한 '아이스하키'라는 운동을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다양하게 경험하여 얻을 수 있는 것과 한 가지를 깊이 있게 경험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나는 깊이있는 경험을 선택했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 가며 일정 시간 꾸준히 운동을 시킬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공부 맷집이 키워지는 순간, 아이의 좌절과 시련을 경험하는 순간, 그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들에 대해 이곳에 기록할 예정이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