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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Nov 01. 2022

현명한 엄마의 알뜰 전략

 기업의 상품은 구매하지 않으면서 혜택과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만 골라 먹는 것에 빗대어 '체리피커'라고 부른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던 이 용어가 고물가 저성장 시대와 만나 '체리슈머'로 발전했다. 체리슈머란 체리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 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말하다. 매년 대한민국의 10대 트렌드를 정리해 소개하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2023년의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체리슈머를 소개하며 이들이 펼치는 알뜰 전략 세 가지를 소개했다.


 소개한 세 가지 전략은 첫째, 대량 구매보다는 낱개 구매를 하는 조각 전략 둘째, n/1 정산이나 공동구매 등으로 소비를 조절하는 반반 전략 셋째, 장기계약보다는 해지가 쉬운 단기계약을 선호하는 말랑 전략이다.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던 30대 아줌마가 늘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던 일들이다. 뜻밖의 트렌디한 소비자가 된 체리슈머 엄마의 알뜰 전략을 소개한다.




조각 전략

 

 코스트코에 걸어갈 수 있는 코세권에 살았었다. 남들은 부럽다고 했지만 정작 나는 회원권이 없었다. 처음 몇 번은 호기심에 가본 적이 있는데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몇 십만 원이 훌쩍 넘는 영수증을 보고는 다시 가지 않았다. 대량으로 구매해서 잘 먹으면 괜찮은데 우리 집은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많았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먹기도 했다. 냉동실에 음식이 쌓여있으면 든든하기보다는 '언제 다 먹지'하고 한숨이 나오는 우리 집과는 안 맞는다. 재밌는 점은 마트에 가서 10~20만 원어치 장을 보고 돌아온 저녁은 아이러니하게도 치킨을 시켜먹게 된다는 것이다. 피곤해서 요리할 기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필요한 만큼 그때 그때 소량씩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편이 싸게 먹힌다는 결론이다.

  

 또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부터는 집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쟁여두는 것을 경계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할 때 소량씩만 구매를 하는데 따지고 보면 소량구매를 하는 것이 꼭 비싸지도 않다. 대량 구매를 할 경우 해당 월의 지출은 평소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사는데 필요한 생필품은 생각보다 다양해서 이번 달에 구매를 했다고 해서 다음 달에는 생필품 지출이 전혀 없을 수도 없다. 그런 식으로 매번 대량 구매를 하다 보면 결국 매월 지출이 초과되게 되더라. 가계부를 적으며 그 패턴을 파악한 후로는 대량 구매보다는 필요할 때 조금씩 사는 것을 선호한다.


반반 전략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더치페이가 좋다. 카페에서 함께 커피를 시킬 때도 자연스럽게 내가 마실 커피를 시키고 내 것만 계산한다. 가끔은 왜 그러느냐며 굳이 내 커피값까지 계산해주는 사람도 있고, 그럼 내가 더 많이 내겠다며 주전부리를 굳이 함께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진심으로 나는 1원 단위까지 똑같이 나누어 계산하는 편이 편하고 좋다. 왜냐하면 마음의 빚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얻어먹으면 그만인 사람이 아니다. 꼭 갚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번 얻어 먹은 사람에게는 지난번에 얼마를 얻어먹었으니 나도 얼마 정도는 사야겠다는 계산이 앞선다.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마음의 짐이 남지 않도록 각자 계산하는 쪽을 선호한다. 정없고 차가워보여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공동구매는 이용하긴 하지만 신중한 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인기 있는 어린이 도서 공동구매에 자주 참여한다. 이때 낱권 구매보다는 전권을 구매해야 할인율도 크고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전권 보다 낱권으로 구매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그 책을 끝까지 다 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낱권으로 구매하면 2~3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책값을 전권으로 구매하여 한번에 10만 원 이상의 지출을 만들면 가계경제에도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다린 공동구매가 아니고서야 저렴하거나 할인혜택이 좋다고 해서 충동구매 하지 않는다.


말랑 전략


 아이 있는 집은 누구나 한 번은 해본다는 패드 학습도 시켜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패드 학습이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에 따라 패드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늘면 늘수록 이득이라고 설명하지만 나는 그 논리에 동의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특성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고, 반복을 싫어한다. 아무리 잘 개발된 프로그램일지라도 일정의 패턴을 갖고 동일하게 적용하는 패드 학습을 몇 년 이상 꾸준히 할 아이는 많지 않다. 반면 시중에 나와있는 문제집을 이용하면 다양한 디자인과 구성의 문제를 지루하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굳이 패드 학습을 할 이유가 없다. 할인을 받는 것보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해약할 수 있는 조건이 더 중요하다. 매월 이용료를 내고 원하면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방문학습이나 앱을 이용한 학습을 보다 더 선호한다.


 쿠팡, 네이버, 마켓 컬리 등에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도 이용하지 않는다. 언제든 가격비교를 통해 저렴하고 합리적인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굳이 한 가지 사이트를 집중해서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다. 가끔 필요성을 느낄 때면 한 달만 짧게 구독하고 바로 해지한다. 이렇게 나의 필요에 따라 단기계약을 하고 쉽게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만 이용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유행에 맞춰 기업에서도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은 분명하다.


 고물가 저성장 시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무조건 참으며 수동적으로 절약하는 짠테크 보다는 나의 욕구를 알맞게 조절하고 좋은 혜택이 있을 때 현명하게 소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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