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재원 와이프가 글 쓰는 이유

주재원 아내의 낯설고 특별한 평범함

by 기록가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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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 불확실성은 때때로 불안감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정해진 나침반만 따라가는 존재는 아니다.

그 여정 속에서 길을 만들고 개척해 가는 재미가 의외로 꽤 쏠쏠하다.


미국 주재원 와이프,

내가 그려놓은 삶의 지도에는 없던 길이었다.

“주재원 와이프” 대체 뭐가 특별하길래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한 것일까?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그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었다.

훗날 ‘아, 그땐 그랬지’ 하며 흐릿해진 기억을

선명하게 꺼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주재원 아내의 삶은 ‘평범한 주부’의 하루와 비슷하면서도,

낯선 타지라는 환경이 주는 낯설고 고단한 점이 많다.

그러나 그 다름 덕분에, 새로운 신선함이 스며든다.

워킹맘에서 잠시 전업주부로 전환된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코앞만 보며 달려온 삶을 돌아보고 있다.

원래의 길이 맞는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길이 열릴지—

열린 결말의 설렘 속에서 말이다.



‘기록’ 이 목적이라면, 일기장에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기장은 나만을 위한 글이다 보니

종종 언어가 정제되지 않고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블로그는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말의 온도를 조절하게 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조금 더 고민하며 쓰게 되는 기록.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었다.

디지털 시대의 기록에는 사진이 빠질 수 없다.

글만으로 남기는 기억보다,

이미지를 함께 남길 때 그날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물론 일기장에 그림을 그릴 수는 있겠지만

사진과 함께하는 기록은 블로그가 훨씬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기록은 내 본업과도 닿아 있다.

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일을 해왔다.

블로그라는 채널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글이 더 많은 공감을 얻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요즘 대세인 인스타나 유튜브가 아니라 왜 블로그야?

정보 수집 수단으로 유튜브가 비상한 지는 꽤 되었다.

여행, 차량 구매 및 집 렌 등 정보를 찾을 땐

블로그보다 유튜브에서 더 많이 검색한다.


하지만 나는 영상 속 '자연스러움'을 잘 해내지 못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편이라,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켜는 게 부담스럽다.

릴스에 조금씩 도전 중이지만,

세상에 공개하는 건 아직 조심스럽다.

결론적으로, 유튜브는 나와 맞지 않는 옷 같다.


인스타그램은 또 다른 벽이 있다.

예쁜 사진, 쇼윈도 같은 피드,

그리고 결국 팔이피플로 귀결되는 공개 계정들.

그 속에서 나의 기록이 왜곡될까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나는 사진을 예쁘게 많이 찍는 취미도 없다.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 감성은 나에겐 조금 낯설다.

지인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정도로만 만족하고 싶다.




버킷리스트 하나, 실현하다

사실, 글쓰기는 오랫동안 버킷리스트에 있었다.
에세이를 읽는 것도 좋아하고
언젠가는 나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영상이 직관적이라면,

글은 잔잔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문장이 줄 수 있는 은은한 울림.
그게 내가 글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다.




어떤 콘셉트와 스토리를 가진 글을 쓰고 싶은가?


미국 주재원 아내로서의 일상을 중심으로
내가 경험하는 적고 큰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다.

워킹맘 시절, 놓쳤던 주변을 살피며
더 넓은 세상에 발을 디뎌보는 지금,
그 무궁무진한 거리에서 느낀 감정들을
조금씩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또, 앞으로 주재원 아내가 될 누군가에게

내 경험이 적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울림과 따뜻한 영감을 주는 글이 되길.
이건 앞으로 내가 더 고민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그림이 되듯
지금 이곳, 나의 미국에서의 삶도
언젠가 하나의 그림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남기고 있는 이 기록들도
그 그림 속 중요한 한 점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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