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온 언니의 편지』를 읽고
안녕하세요? 김보림 선생님. 선생님과 김다인 언니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하늘에서 온 언니의 편지』를 읽고 편지를 드려요. 저는 이 책을 서평단 지원을 통해서 받았어요. 편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게도 두 살 터울인 언니가 있으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제 예상은 적중했어요. 편지를 읽으면서 ‘자매들 간의 우정’과 ‘90년대 감성’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몰라요. 졸업과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는 물론, 언니가 유학길에 올라 안부를 전한 편지 속에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들이 자동 재생되었답니다.
우리에게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던 때가 있었지요. 해외통화를 하려면 큰맘을 먹어야하던 때 말이에요. 정말 다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를 하는 게 사치이던 시절이었죠. 선생님의 언니도 편지에 쓰셨네요. ‘언니의 시급이 700엔인데 전화는 1,000엔’이라고. 그래서 전화 연락을 자주 못 하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이에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난한 유학생의 고단한 삶이 읽혀서 마음이 찡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비싼 전화요금이 고맙기도 했어요. 덕분에 언니가 소리로 흩어지는 전화가 아니라, 글로 남는 편지를 썼으니까요. 선생님 곁에 오래오래 남을 편지를 말이에요.
언니의 편지는 다양한 이야기로 전해졌어요. 함께 사는 옆 방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아 다투었다는 이야기, 태국에 가서 코끼리 등에 타고 산에 올랐다는 이야기, 유화세트를 선물 받고 선생님이 고등학교 때 그린 장미 정물이 떠올랐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지요. 그리고 지식을 탐구하는 ‘지식인’의 모습도 있었어요. 선생님의 언니는 ‘침묵 속에서 고독을 동반해야 한다’고 선생님께 조언하고, ‘순수한 학문을 향해 불태우는 지식욕이야말로 언니가 추구하는 생에 대한 기본자세’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도 하셨지요. 『시간의 얼굴』에 적힌 문장을 보고, ‘더 깊이 고독’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어쩌면 선생님의 언니는 ‘사유하는 사람’이었겠구나 생각했답니다.
책 속에서 언니의 ‘친필 엽서’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어요. 우체국 소인이 찍힌, 내용이 훤히 다 보이는 엽서를 보는 일이 실로 오랜만이었거든요. 언니의 글씨체를 보면서, 한 번도 뵙지 못한 선생님의 언니를 만나는 기분도 들었어요. 편지는 ‘나를 대신해서 가는 나’라는 사실을 실감했답니다.
선생님과 언니, 그리고 어머니의 시간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이 책에는 ‘역사’가 담겨있구나, 했어요. 가족들만의 역사 뿐 만 아니라 ‘시대의 역사’도 담겨 있다고요. 그 시절에 자주 쓰던 말투와 문화들이 편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미시사’적 관점에서 좋은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역사교육을 전공하신 선생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요 ^^
이제 곧 언니의 기일이 다가오네요. 싱그러운 5월의 날들이 선생님과 가족들에게는 슬픔의 날들이겠지만, 먼 훗날 ‘천국의 쯔쿠바’에서 언니와 함께 ‘샤브샤브’를 만들어 먹을 날을 생각하시길, 그 날의 기대가 선생님의 슬픔을 조금 덜어내 주길 바라봅니다.
그럼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2024년 5월 10일, 독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