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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큐레이터 Nov 17. 2024

반려묘에게 보낸 편지

<청소년의 햇살> 2024년 7.8월 합본호 #깃털_떠난고양이에게쓰는편지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들과 헤어진 적도 없고,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을 때 어떤 상실감이 오는지 모른다. 그저 누군가를 잃었을 때와 비슷할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잃고 느끼는 슬픔의 무게보다 가벼울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오만한 생각이 무너진 것은 클로드 앙스가리 덕분이었다. 그가 반려묘인 ‘깃털’을 떠나보내고 쓴 편지를 읽으면서,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3월의 어느 날, 앙스가리는 길 위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이전에도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다가간 적은 없었다. 아버지를 잃고 유난히 ‘추운 삶’을 살고 있던 앙스가리는 담장 위에 있는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부추겼다. 놀랍게도 고양이는 앙스가리를 따라 길을 건너고, 작은 육교도 건너서 그의 집까지 따라왔다. 활짝 열린 대문 사이로 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제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당당했다. 앙스가리는 고양이에게 우유와 참치 캔을 주었다. 그리고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고양이를 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그를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고양이가 돌아갈 수 있도록 밖으로 내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창을 열었을 때 앙스가리는 전율했다. 어제 그 고양이가 창문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앙스가리는 다시 고양이를 집 안으로 들여 우유와 참치 캔을 먹였다. 그리고 그 날 다시 돌아갈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돌아가지 않았다. 앙스가리는 고양이를 찾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신문에 광고를 냈지만,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는 고양이를 아버지가 보내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앙스가리는 고양이의 회색과 흰색의 풍부한 털을 보고 ‘깃털’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깃털 펜으로 글 쓰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이름이기도 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는 ‘깃털’이 되었다.  둘은 서로가 서로를 입양했다고 생각했다. 깃털은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집에 살았던 주인처럼 행동했다. 온 집을 누비며 자신의 영역을 탐험했다. 앙스가리는 수도 없이 깃털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모래를 사고, 얼마나 청소를 했는지 헤아리지 않았다. 그에게 ‘사랑은 계산되지 않는 것’이었다.      


앙스가리와 깃털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삶을 공유했다. 앙스가리가 글을 쓸 때면, 깃털은 책상 위에 올라와 그가 손을 뻗어 자신의 털을 매만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때때로 앙스가리의 목에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잠이 들기도 했다. 앙스가리는 최대한 버티며 그가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다 무게가 감당이 안 되면 조용히 그를 내려서 침대로 옮겼다. 둘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해 6월, 앙스가리는 깃털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깨닫게 되었다. 깃털이 먹고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자 그가 곧 무지개다리를 건널 것임을 예상하게 된 것이다.       


『깃털-떠난 고양이에게 보낸 편지』는 앙스가리가 깃털을 떠나보내고 2년이 흐른 뒤에 쓴 편지다. 그는 깃털에게 편지를 쓰며 스스로도 위안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편지를 읽으면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이 다른 슬픔과 비교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오롯한 슬픔이었다. 무게나 크기를 따질 수 없는 온전한 나의 슬픔. 앙스가리는 편지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이별의 슬픔도 언젠가는 추억의 기쁨이 된다고. 그러니 누군가 반려동물을 떠나보냈다면 충분히 애도하고, 그의 이름이 기쁨으로 다시 올 그 날을 기다려보자고.



『깃털 –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앙스가리, 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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