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햇살> 2025년 9월호 #심판자들
혹시 누군가에게 심판을 받아 본 적이 있니? 아니면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본 적은? ‘심판’이라는 말은 참 무섭기도 해. ‘어떤 문제나 사람에 대해 잘잘못을 가려 결정을 내리는 일’이니까 말이야. 과연 누가 이걸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 그런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심판대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심판자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심판자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말야.
이선주 작가가 쓴 『심판자들』에는 ‘심판’의 순간에 맞닥뜨린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17세의 정정아와 하유미, 그리고 기유라가 주인공이지. 먼저 정아와 유미에 대해서 말해줄게. 두 사람은 글쓰기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야. 이들은 동아리 시간에 재미삼아 서로의 글을 바꿔서 발표해. 상대방이 쓴 글을 마치 자기가 쓴 것처럼 읽어버린 거지. 다른 동아리 친구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어. 그런데 장난이 오해와 갈등으로 번지고, 결국 대중들의 심판을 받게 돼.
또 한 명의 주인공 기유라. 유라는 SNS에서 유명해. 공동구매하는 물건마다 완판을 시키는 엄청난 인플루언서거든. 유라는 돈과 인기에 집착한 나머지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다녀. 그러다 정아가 친구의 다이어리를 훔치다 걸려서 전학을 갔다는 소문을 SNS에 올리게 되지. 이 소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였어. 그러나 유라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었어. 대중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믿었거든. 그래서 정아의 입장이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어. 처음부터 자기 입장만 정해 놓고 정아를 몰아갔지.
유미와 정아의 장난으로 시작된 사건과 유라가 퍼뜨린 소문이 연결되면서 정아는 학교와 온라인 세상에서 끝없는 비난과 공격을 받게 돼. 사람들은 유라의 말이 맞다고 믿으며 정아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 하지만 정아를 믿는 친구들이 공조를 펼치면서 유라가 감추려고 했던 거짓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돼. 이 일로 결국 유라도 심판대에 오르게 되지. 그러자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유라에게 등을 돌리고 유라를 비난해.
이선주 작가는 정아와 유미, 그리고 유라를 통해서 심판자도 언제든 심판받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어.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그 실수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하지만 ‘심판’이란 말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때때로 진실보다 더 강력한 감정과 편견일 때가 많아. 정아와 유미, 유라가 겪는 사건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해. 특히 SNS와 같은 빠르고 넓은 공간에서는 작은 일이 순식간에 큰 문제가 되고,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퍼져 나가기도 하니까.
이 책을 읽으며 ‘심판자’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조심스러운 자리인지 깨달았어.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심판하는 위치에 설 수도 있고, 때로는 내가 심판받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어. 그래서 생각해봤어.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을까? 작은 실수를 큰 일로 만들어서 단죄하는 세상일까, 아니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마음을 나누는 세상일까. 나는 너와 함께 이해하고 연대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작은 마음과 용기로 서로를 감싸 안는 세상 말이야.
『심판자들』을 읽다 보면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는 세상이 왜 소중한지 깨닫게 될 거야. 익명 뒤에 숨어 함부로 판단하는 우리의 모습을 청소년의 눈으로 담아낸 이 책이 너에게도 더 좋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리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