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긴 편지》를 읽을 너에게

- 《이토록 긴 편지》읽고

by 편지큐레이터


지난 금요일에 책을 한 권 읽었어. 《이토록 긴 편지》 (마리아마 바 / 백선희옮김, 열린책들, 2011)였지. 편지로 된 소설이었고, 아프리카 여성들에 관한 얘기였어.


책은 라마툴라이가 친구인 아이사투에게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는 것으로 시작돼. 하지만 우표를 붙여 보내는 건 아니야. 라마툴라이가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의지하는 노트에 쓰는 편지란다. 그래서 일반적인 편지보다 긴 – 편지가 되었는데, 편지가 길어진데는 이유가 있어. 라마툴라이의 남편이 죽었기 때문이야. 라마툴라이는 아이사투에게 그 사실을 전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의 처지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까지 생각하며 편지를 써.


라마툴라이와 아이사투는 오랜 친구야. 학교를 같이 다녔고 함께 자랐지. 둘은 ‘코란에 따라 가르치는 학교를 다니느라 옷과 신발이 닳도록 함께 자갈길을 걸었’어. ‘같은 구멍에 젖니를 숨기고 생쥐 요정에게 더 예쁜 이빨을 달라고 빌기도 했’지. 서로 어떤 남자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지도 봤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도 지켜봤어. 그리고 아이사투가 시어머니에게 복수를 당하는 것도 보았어. 어떤 복수였냐고? 그건... 책을 읽어야 제대로 알 수 있어.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얼마나 계획적이고 얼마나 잔인한 복수를 하는지 말이야.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시어머니의 그런 복수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야. 그들에게 그것은 한 여성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일상처럼 여겨지는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야.


그런가하면 라마툴라이의 삶도 평탄하지는 않아. 우리의 시선에서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삶이 펼쳐지지. 어떤 일이냐면 - 어느 날 아침, 외출한다고 나갔던 남편이 딸의 친구와 결혼을 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너무 어이없는 건, 온 동네가 다 아는 일을 라마툴라이만 모른다는 사실이야. 라마툴라이는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찾아온 시댁 식구들과 사제에게 그 사실을 ‘통보’ 받아. 믿어지니?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게? 그 날 이후, 라마툴라이는 혼자서 열 두 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게 돼. 두 번 다시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남편의 ‘본 처’라는 이름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괴로웠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물취급’받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이런 일이 아직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어. 그런데 내게는 경악할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현실’인 게 너무너무 슬펐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억압당하는 여성’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니야. 시어머니에게 복수를 당했던 아이사투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남편이 죽은 뒤 자신에게 찾아와 ‘나의 네 번째 부인이 되라’고 했던 아주버님에게 라마툴라이가 어떻게 말했는지를 보면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단다. 그들은 더 이상 ‘주어진 현실’대로 살지 않아. 어렵고 힘들 것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지.


나는 세상의 모든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사물취급 당하면서 누군가의 재산 목록에 오르는 게 아니라, 온전한 한 인간으로 살면서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살았으면 좋겠어. 라마툴라이와 아이사투가 바라던 것처럼 말야. 많은 이들이 함께 염원하고 기도하면 그런 세상이... 오겠지?


나의 작은 기도가 어딘가에 닿기를,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이가 ‘자신의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일게.

안녕.


240442223_4202079826495134_6639515199630958972_n.jpg 《이토록 긴 편지》 (마리아마 바 / 백선희옮김, 열린책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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