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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시카 Nov 05. 2023

회사원의 바리스타 일기_3

비 오는 날의 카페

비 내리는 주말 아침. 계절에 맞지 않게 이상하리만치 더웠던 지난 며칠이 무색할 정도로 갑자기 쌀쌀해진 거리를 지나 카페에 출근한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온기 가득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듯 뒤덮는다. 24시간 돌아가는 낡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새어 나오는 열기로 밤새 덥혀졌던 이 공간의 따뜻함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지금껏 추운 길을 걸어왔음을 새삼 깨닫는다. 


매일 같이 도착하자마자 열던 창문을 오늘은 열지 않는다. 음악을 재생하자 느린 템포의 재즈 피아노 연주와 온기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바깥의 거리엔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도,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거리의 소리도 냉기도 창문에 가로막혀, 비 내리는 세상 한가운데 이 공간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만 같다. 오늘 처음 갈아낸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언제나 그렇듯 다소 뭉툭한 개점 후의 첫 에스프레소를 옆에 두고 노트북을 펴서 오늘의 감상을 글로 옮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첫 손님이 찾아온다. 어제도 비슷한 시간에 방문했던 커플. 에스프레소와 콜드브루를 주문하고 창가에 나란히 앉아 각자의 작업을 한다.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에 이따금 키보드와 마우스의 소리가 더해진다. 난 다음 손님이 들어올 때까지 비 오는 풍경과 커피, 따뜻함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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