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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Tree Jul 14. 2022

비트코인, 희소성, 그리고 화폐의 신뢰

명목 화폐와 희소성의 문제

Disclaimer: 이 글은 크립토 입문자를 위한 해외 사이트 LearnCrypto의 아티클 <Crypto Basics: Bitcoin, Scarcity, and Trust in Money>를 번역한 글입니다. 대부분의 정보의 출처는 해당 아티클에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정보가 추가되거나 생략되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글은 투자 추천이나 보증 글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판단은 본인의 책임 하에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암호화폐의 정의와 기본적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와 더불어, 수집용 물건들부터 비트코인까지 화폐의 진화와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왜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화폐에서 중요한지, 그리고 비트코인이 이 가치를 어떻게 고수하고 있는지 보며 현재 통화 체계와 비교해보았다. 오늘은 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려 한다.


화폐의 가치란? (희소성의 중요성)

돈의 희소성 (출처: 구글)

화폐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마치 길이를 측정하는 기준이 미터인 것과 같다.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화폐로 물건을 사고팔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경제적 활동과 거래는 화폐에 의존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터의 기준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세상이라고 생각해보자. 과연 과학이나 공학이 발전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1미터는 어떤 나라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같다. 그리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 화폐의 안정성도 마찬가지다. 만약 4500원으로 아침에는 아메리카노를, 저녁에는 맥북을 살 수 있다면 매일마다 계산을 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이다. 더 복잡한 수학이 필요한 대출이나 보험을 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상업은 당연히 불가능해질 것이며, 사실상 물물교환에 의존하는 과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터와 다른 점은, 미터법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임과는 다르게, 화폐의 가치는 조금씩은 변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화폐의 가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폐의 상대적 가치는 화폐의 상대적 희소성에서 나온다. 화폐의 공급이 늘어나며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은 건강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가끔은 국가 경제를 파멸로 몰고 가기도 한다. 이게 건전 화폐의 중요성이다. 화폐 가치가 극단적으로 요동치는 경우를 마주할 일은 거의 없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사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 독일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아래와 같은 문제를 겪었다.


음식의 가격이 시킬 때와 계산할 때 달라짐

봉급을 받기 위해 손수레나 여행 가방이 필요했음

1923년 10월에는 영국의 1파운드를 받기 위해서 1조 마크 (당시 독일의 화폐 단위)가 필요했음


1913년 세계 1차 대전 이전에는 독일의 마크, 영국의 실링, 프랑스의 프랑, 그리고 이탈리아의 리라의 가치는 모두 비슷했다. 1파운드가 1조 마크가 된 1923년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최근의 사례들도 있다.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아르헨티나 등이 그 예시이다. 이들의 통화 가치는 독일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연간 2억% 인플레이션율로 고통받은 짐바브웨 (출처: 구글)


디지털 희소성

지적재산권 불법 복사 근절 캠페인 포스터 (출처: 구글)


화폐와 희소성의 관계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어떻게 희소성을 유지하는 것일까?


희소 상품(scarce commidity)이란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는 상품이다. 쉽게 만들 수도, 복사할 수도 없다. 우리가 지난 글에서 보았듯, 금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다른 물리적 자원, 예를 들어 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디지털 자원들은 보통 그렇지 않다. 1 바이트는 매우 쉽고 싸게 복제가 가능하여 지금까지도 음악 및 영화 산업은 불법 복제에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화폐는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하는 파일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었다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누구든지 쉽게 복사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디지털로 관리되는 모든 암호화폐와 명목 화폐는 디지털 장부에 기반을 둔 회계 시스템에 의존한다. 이 디지털 장부는 화폐 소유자들의 거래 내역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며 잔고를 확인한다.


디지털 시대는 지폐가 지배하던 명목 화폐를 디지털 장부로 옮겨 놓았다. 2021년 기준, 97%의 명목 화폐는 디지털로만 존재하며, 은행 계좌에 있는 대부분의 돈은 사실상 은행 회계 체계에 기입이 되어있을 뿐 실존하지 않는다. 남은 3%의 물리적 지폐와 동전 또한 결국 중앙은행의 디지털 장부에 입력되어 있다.


실질적 첫 암호화폐인 비트코인도 디지털 장부에 기록된다. 그러나 여기서 명목 화폐와 매우 다른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언제/어디서/어떻게 새로운 돈이 시스템에 추가되는지를 결정하는 방식, 그리고 장부가 유지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차이점들이 사실상 모든 것들을 바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화폐의 신뢰 문제

국내 5대 시중은행 (출처: 구글)


화폐가 건전하고 유용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1) 장부가 정확하고 정직하여 신뢰를 받고 있으며 2) 통화량이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통화량이 갑작스럽게 증가하거나 줄어들지 않아 소비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목 화폐는 이러한 조건을 정부라는 기관이 개입하여 유지한다. 정부는 장부를 관리하고 화폐를 발행하여 직접적으로 명목 화폐의 가치를 유지한다.


또한 중앙은행은 신용과 차변 관계를 생성할 수 있는 기관들을 지정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시중 은행이 있으며, 이들은 장부를 관리할 권한이 주어진다. 이와 같은 기관들의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신용의 합이 한 국가의 전체 통화량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장부는 위와 같은 기관들이 소유하고 있는 장부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들이 그 장부를 잘 기록하고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 이러한 합의는 그들이 의무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 그리고 법밖에 없다.


이런 권위 기반의 신뢰 체계는 명목 화폐 시스템의 문제다. 우리는 사실상 그들에게 화폐를 만들어낼 권한까지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유하고 있는 예금보다 많은 돈을 대출로 내어주며, 결과적으로 경제 시스템에 전체 통화량을 늘리게 된다. 이는 위에 언급된 인플레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실질적으로 우리의 경제 시스템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기본 전제가 신뢰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런 중앙화 된 체계가 대체로 문제가 없이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체계는 몇 가지 확실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은 법적으로는 우리의 소유이지만, 우리가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타벅스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사기 위해 카드를 사용하면, 우리의 잔고에서 4500원이 차감되고 스타벅스의 잔고에 4500원이 추가된다. 이 모든 과정은 은행에게 맡기는 것이다. 만약 은행의 서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4500원은 그냥 사라질 수도 있고, 혹은 공짜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이에 더해 횡령이나 조작, 남용 등 외부 압력에 노출될 수도 있고 은행을 사용하지 못하는 - 이른바 unbanked - 소외계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명목 화폐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희소성이 없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통화량


경제 활동으로 인해 더 많은 가치가 더해지기에 경제가 계속해서 흐르기 위해서 새로운 화폐가 생기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시중 은행은 이를 위해 새로운 명목 화폐를 발행한다. 이들이 명목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는 중앙은행의 위임으로부터 나온다. 시중 은행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명목 화폐를 발행한다.


대출과 같은 신용 제공

존재하는 자산을 사들임

당좌대출 제공


이와 같은 권한 위임은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너무 적은 화폐가 발행되면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가 멈출 수 있고, 반면에 너무 많은 화폐가 발행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 국민들이 구매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앞서 봤던 인플레이션 현상, 그리고 1920년대 독일 등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부른다.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흔한 문제이지만, 어쨌든 두 문제는 모두 사람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나오는 통화량의 문제다. 사람이 희소성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명목 화폐가 건전 화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2009년까지는 디지털 화폐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시중 은행의 관리뿐이었다. 이때 비트코인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이번 글에서 알고 넘어가야 할 개념

1. 인플레이션 (하이퍼 인플레이션)

2. 희소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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