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글을 쓴다. 나 글을 써도 될까?
방송 작가 준비를 하다 때려치우고, 취업할 곳은 없어서 책을 내겠다고 글을 썼던 2015년 말~ 2016년 초. 그러다 2016년 5월 말에 그 일이 터졌다. 내가 급성 정신병이 와서 병원에 입원을 했던 일. 그날 이후로 작가가 되겠다거나 글을 쓰겠다는 건 접었었다. 다시금 감정에 빠지고 또 아파져 나 자신을 잃게 될까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난 7년 간 계속 아팠다, 괜찮았다를 반복해 왔다. 나의 병은 양극성 장애, 조울증이라고 일컫는 병이다. 조증과 우울증을 왔다 갔다 하는 병이라지만 난 7년 전 조증 증상을 보인 이후로 계속해서 우울증 증상만 겪었다. 올해만 해도 우울 증세가 심해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불건강함이 일상의 행복을 얼마나 앗아가는지 처절하게 느낀다.
올해는 큰 변화가 있던 해였다. 작년 말 결혼식을 올리고서 본격 신혼생활을 시작한 해이고, 인생 5번째 회사에서 6번째 회사로 이직을 하기도 했다. 이 2가지 변화가 나에게 독이었던걸까? 30년 만에 가족이 바뀌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직원수 700명 이상의 큰 기업에 입사를 했기에 그 변화가 여간 불편할 수가 없었다. 꽤 보수적인 성격인 나는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온몸이 그걸 부정하고 막고 싶었던 것 같다. 불편하고 불안하고 왠지 내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우울증을 더 자주 심하게 겪게 됐다. 1년 정도 지나니까 이제야 서서히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요즘에는 날 찾아가고 있다. '더 이상 조증이 찾아올까 무서워서 내가 하고 싶은 글 쓰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지.'하고 비로소 실천에 옮기게 됐다. 7~8년 동안 핑계 대더니 결국 이렇게 할 것을.
근 8년 만에 글을 처음으로 썼다. 정말 못 쓰는 것 같은데 재미는 있다. 이렇게 재밌게 글을 써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 난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진작에 할걸. 이제라도 시작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잘 쓰던 잘 쓰지 못하던 나는 글을 써야 한다. 내가 이 일이 재밌다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미루지 않고 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말하고 싶다. 다시 쓰라고. 인생이 쓰게 느껴지고 허무하고 무기력할수록 다시 원하는 걸 해보라고. 그게 리셋되는 것만 같아서, 실패를 반복할까 봐 두려워서 망설여지겠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면 다시 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글을 다시 쓰지 않았으면 이 재미를 어떻게 알았겠는가. 한 번이라도 좋으니 하고 싶은 건 다시 해보자.
- FINE -
저의 필명처럼
당신의 삶이 괜찮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