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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Oct 18. 2020

소고기무국

따뜻하고 슴슴하고 편안하게

준비물

소고기 국거리용 200g, 무 300g, 양파 1/4개, 대파 1대, 들기름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국간장 2큰술, 까나리액젓 2큰술, 후추, 물 1.5리터


조리과정 

1. 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나박썰기한다. 대파와 양파도 썰어둔다.

2. 들기름을 두르고 중강불에서 고기를 볶아준다. (참기름 써도 되는데 들기름을 선호하는 편...)

3.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무를 넣고 함께 볶아준다.

4. 무가 충분히 익었으면 물을 1.5리터 넣고, 마늘, 국간장, 액젓으로 간을 한다.

5.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뚜껑을 살짝 열고 거품을 걷어낸 뒤 30분 이상 끓여준다.

6. 파와 양파를 넣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더한 뒤 한소끔 끓인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침인데도, 어제와는 다른 공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코 끝에 스치는 냄새가 끈적하기 보다는 뭔가 경쾌하고 서늘할 때 우리는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그저 그 하루의 차이일 뿐인데도, 계절이 바뀐 것을 인지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바뀐다. 가벼운 반팔 티셔츠보다는 보들보들한 니트의 촉감이 더 그립고, 얼음가득 청량하고 새콤한 음료보다는 그윽한 차가 생각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뜨거운 음식의 계절이다.

 공기가 차가워지면 아무래도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지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도 맑은 국물 류는 어쩐지 추운 날씨에 더 생각난다. 매운 국물류는 그 강렬하게 땡기는 맛 때문에 사시사철 생각나고 또 접할 기회가 많지만, 맑은 국물 음식은 자극적인 매력 없이 그저 슴슴하고 깊은 뜨끈함으로만 승부한다. 마음을 깨끗하게 채워주는 그 따뜻함은 공기가 텁텁하지 않고 맑은 이 계절에 더욱 어울린다.

 맑은 국물의 음식도 엄청나게 다양한데, 고기 혹은 생선의 풍미를 진득하게 녹이면서 무나 대파, 마늘의 채소 단맛이 가미된 느낌이 많은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소고기무국은 가장 심플하고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싶다. 마치 호랑이, 표범, 재규어같은 여러 고양잇과 동물들 중 가장 기본은 작고 친근한 고양이인 것처럼.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생선을 바탕으로 한 생선 지리탕이나 연포탕류, 혹은 푹푹 끓이는 시간이 필요한 곰탕 대신 가장 '집밥'스럽고 만만한 건 역시 소고기 무국이다. 여느 화려한 반찬이 없어도, 찬밥을 말아 집 김치 한조각 얹어 먹으면 그저 후루룩 속 편하게 먹히는 그런 맛.

 그러고 보면 음식이 슴슴하다는 말은 참 묘하다. 그것은 싱겁거나 맛이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느 정도 그 음식만의 풍미가 있으면서도, 꽉 차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조금은 헐겁고 편안하다는 말이다. 화려해서 누구나 보기에 좋아하지만 다른 구색이 모두 잘 맞춰져야 하는 부담이 있는 H라인 정장 스커트가 있다면, 너무나도 수수해서 조금은 머쓱하지만 바람이 슬 들어오기도 하고 새삼 편안한 와이드 린넨 팬츠, 쉽게 말해 마 바지같은 것도 있는 것이다. 집밥, 가정식이라는 것에도 그 편안함이 깃들어야 한다. 요리하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 찬 바람에 외투를 여미며 돌아온 집에서 느껴지는 그 특별하지 않은 익숙함과 따뜻함, 슴슴함.

 뭉근한 무와 고깃국물로 그 며칠을 먹었다. 오늘도 무사히 평범한 것에 감사하며, 차가워진 공기를 일찍 감지해서 메뉴를 골라 준 며칠 전의 나에게 감사하며.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냉장고 파먹기 용 볶음밥과 함께. 어떤 음식과도 무리없이 잘 어울리는 국 계의 카피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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