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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Dec 30. 2020

토마토 비프스튜

묵직한 따끈함

준비물

소고기 등심 400g, 밀가루, 소금, 후추, 양파(소) 1개, 감자 2개, 당근 1개, 양배추 적당량, 버터 1.5T, 물 1L, 치킨스톡, 레몬즙 1T, 우스터소스 1T, 월계수 잎 2장, 정향 1개, 시판 토마토소스 약 400g (홀토마토를 쓰기도 하지만 그럴 땐 설탕량을 좀 더 늘리면 좋을 것 같다. 생 토마토를 같이 넣어주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만드는 법   

1.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한 후 근막을 제거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놓는다.  

2. 고기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둔다.  

3. 양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접시에 밀가루를 뿌린 후 소고기를 굴려 코팅한다.   

5. 냄비에 센 불을 올려 버터를 녹이고 소고기가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바닥이 눌어붙어도 괜찮다, 아니 더 좋다.)   

6. 고기를 굽던 냄비에 물 1L을 넣는다.  

7. 물에 치킨스톡, 레몬즙, 우스터소스, 월계수 잎, 정향, 토마토소스, 양파를 넣고 끓인다.  

8.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약불에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끓인다. (중간중간 바닥을 저어준다)  

9. 끓이는 동안 감자, 당근, 양배추를 썰어둔다.  

10. 고기가 부드러워지면 9에서 손질한 야채를 냄비에 넣고 다시 30분 정도 끓여낸다.  

11. 간이 부족하면 소금으로 더하고 마무리한다.  




 바야흐로 따끈한 음식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음식이라는 게 대체로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따뜻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날이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입 안뿐만 아니라 뱃속 깊은 곳까지 뜨끈뜨끈 해지는 그런 음식을 찾게 된다. 다만 그런 따뜻함은 꽤 오랜 기다림 끝에 쌓인 내공처럼 진득하고도 깊이 있는 것이어서, 고요한 이 겨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릴 수 있는 약간의 시간과 견고하고 무게감 있는 솥이다. 그러니까, 냄비가 아니라 솥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

 내면까지 묵직하게 채워주는 깊은 뜨거움이라는 측면에서, 토마토 비프스튜는 우리나라의 곰탕, 국밥 류와 그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음식 모두 오래도록 끓여낸 고기의 깊은 맛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 그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솥 끓여 놓고 두고두고 먹게 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밥이 화폐 단위로까지 환산되는 시대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국밥충이다. 그 곰탕을 끓여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겠냐만은, 훌륭하게도 우리는 그 국밥을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영위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끓고 있는 커다란 솥 안에서 그저 작은 뱃속을 채울 만큼의 한 사람의 몫만을 내어주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손끝 발끝까지 전달되는 온기이며 영양이다. 몸에도 마음에도 칼바람이 부는 날, 수족냉증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는 구수함. 편의성 측면, 그리고 건강 측면에서 최고의 음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또 어떤 날에는 그 온기를, 30여분의 짧은 식사 시간 동안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엌, 나의 공간 안에 오래도록 옮겨놓고 싶을 때가 있다. 전통적인 한옥 구조에서 부엌에서 떼는 불은 음식을 데워주고 또 구들장을 데워주어 그야말로 안팎으로 겨울을 살게 하는 원천이다. 가스값 상관없이 보일러 펑펑 돌리는 가정집에서 부엌의 온기를 쬐며 추위를 녹이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오래도록 끓고 있는 솥의 열기, 솥에서 새어 나오는 감미롭고 고소한 냄새, 그리고 고양이의 애정 표현처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울려대는 보글보글 소리는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따스함이다. 어쩌면 겨울이라는 계절도, 그리고 그 계절을 나기 위해 필요한 따스함이라는 것도, 단순한 온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타인과 거리를 두게 된 이번 겨울, 텅 빈 방 안에 조용하게 존재감을 알려주는 나의 일용할 양식은 그 자체로 위로다. 그렇게 끼니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나는 몇 시간 후의 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흐르는 시간과 힘을 모아 멋진 선물을 만들어 낸다.

 다만 비프스튜는 곰탕과는 다르게 토마토소스의 새콤, 달콤한 맛과 함께 여러 채소에서 느껴지는 뭉근한 맛들이 다채로운 조화를 이루는데, 붉은 색깔도 그렇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말의 시간들과 어울리는 그런 음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이 그 한 접시만으로도 풍성하고 든든하여, 또 새삼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커다란 솥에서 오래오래 계속되는 온기가 좋아서, 끓여내면 끓여낼수록 우러나오는 깊은 풍미가 좋아서,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맛보도록 나누어 주기도 했다.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내가 느꼈던 뭉근함이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어려운 계절을 잘 견뎌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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