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볼링을 치러 간다

하우스볼러에서 마이볼러가 되기까지

by 헤세Hesse

내가 볼링을 처음 치기 시작했던 건, 고3 가을이었다.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금요일 밤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몰래 빠져나와 새벽까지 한 10게임씩은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한창 체력도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이따금씩 볼링을 친 적은 있지만, 즐겨 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지난해부터 볼링을 다시 치기 시작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머릿속에 가득한 고민거리들로 잠 이루기 어려운 밤이면 볼링장을 찾았다. 답답하기만 했던 밤의 시간 속에서 볼링공을 굴리고, 볼링핀을 쓰러트리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가슴속에 묵직한 무엇인가를 내려놓을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나는 볼링을 다시 치기 시작했다.


볼링은 직장인의 취미생활로 좋은 운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단, 시간적 제약이 적다. 볼링장은 새벽까지 한다. 새벽 2시까지는 기본적으로 운영하고, 3시에서 4시까지 하는 곳도 많다. 그래서 야근을 늦게까지 한다고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흔히들 술을 많이 마시면,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고들 한다. 늦은 밤에 볼링을 치면 가끔 피곤하고 졸려서, 내가 볼링을 치는 건지 볼링이 나를 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체력이 조금 받쳐주면서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볼링은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혼플(혼자 플레이)을 기준으로 10분 내지 15분이면 한 게임을 친다. 두게임 정도 친다고 했을 때, 30분 이내로 짧고 굵게 운동을 할 수 있다. 공간적 제약도 적다. 늦은 밤에 볼링장은 그렇게 분비지 않는다. 사무실 또는 집이 아니라면, 아마 대부분 술집, 노래방, 스크린골프장 등에 운집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좋은 점은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볼링을 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볼링공과 볼링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볼링공은 무게별로, 볼링화는 사이즈별로 볼링장에 마련되어 있다. 볼링화는 무료이거나 대화료라고 해서 1,000원 내지 1,500원을 받는다. 게임당 받는 것이 아니라, 1회 방문 간 사용시의 가격이므로 저렴한 편이다. 볼링 게임비는 주중과 주말 그리고 주중에도 시간대별로 다른데 비싸도 1게임당 5천원을 넘기지 않는다. 2게임 정도 친다고 했을 때 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처음 볼링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볼링화와 볼링아대는 구매할 것을 권한다. 볼링장에서 대여받는 볼링화는 여러 사람이 신다 보니 아무래도 위생상 안 좋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주 가다 보면 대화료가 아깝게 느껴진다. 볼링화는 5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볼링아대는 볼링공을 굴리는 손목에 차는 것으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도구이다. 백스윙을 할 때 아대가 받쳐 주면 더 편하게 투구를 할 수 있고, 손목을 다칠 위험도 적어서 좋다. 볼링아대는 5만원 정도 한다.


볼링에 재미를 느끼면서 어느 정도 꾸준하게 치게 되면, 마이볼을 구매하면 좋다. 하우스볼은 범용이다 보니, 내 손에 딱 맞지 않는다. 손가락을 넣는 구멍의 위치나 사이즈가 나에게는 안 맞아서 꽉 잡기가 어렵고, 그래서 무게가 좀 나가는 하우스볼로는 플레이하기 어렵다. 볼링공은 조금 무거워야 볼링핀을 세게 치고 나가면서 스트라이크가 나오기 쉬운데, 그게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하우스볼과 마이볼은 내부 구성이 아니다. 그래서 하우스볼은 소위 말하는 스핀, 즉 훅이 잘 안 먹는다. 훅이 없는 볼링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나는 지난해에 마이볼을 구매했다. 마이볼은 소프트볼과 하드볼이 있다. 소프트볼은 훅이 잘 먹는 볼링공으로 1구, 초구용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하드볼은 직진성이 강한 공으로 2구, 스페어처리용으로 사용한다. 볼링공 가격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소프트볼은 13만 정도, 하드볼은 그보다 조금 싼 10만원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는 소프트볼 하나만 있어도 된다. 하드볼은 나중에 구입하고, 볼링장 하우스볼을 하드볼 대용으로 써도 된다.


마이볼을 사면 내 손에 맞도록 볼링공에 구멍을 뚫는 지공을 해야 하는데, 지공비는 5~6만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볼링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볼링 2개가 들어가는 캐리어 기준으로 8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정리해 보면, 0단계 초기비용 없음, 1단계 10만원(볼링화+볼링아대), 2단계 19만원(소프트볼+지공), 3단계 24만원(하드볼+지공,투볼캐리어)까지 총 53만원 정도면 부족함 없이 볼링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물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가능하고, 지공은 볼링장 한쪽에 있는 프로샵에서 하면 된다.


나는 볼링을 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어서야 최근에 마이볼러가 되었다. 마이볼을 살까? 하는 생각은 늘 많았다. 그런데 얼마나 하는지, 어떤 걸로 어떻게 구입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 미뤄왔던 것 같다. 유튜브와 녹색창 검색을 무지하게 하는 수고가 들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밤이 되면 볼링을 치러 가는 인생의 즐거움이 하나 더 생기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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