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인생이란 아이러니.

남편의 심정지, 그리고 그 후

by 롸잇테리언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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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768ddd.jpg?type=w773 장항준 감독님 명언





내일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더 진지하게 말하면

우리의 삶이 어디서 끝날지,

어떤 모습으로 눈을 감을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다.





(환갑을 넘긴 엄마도,

칠순을 넘긴 시아버님도,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도


죽음보다

당장 살아숨쉬는 모든 것들에

집중하고 살아간다.)









1과 2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12도, 21도 좋아한다.


2021년.


어쩐지 시작이 좋았다.



일이 잘 풀리던 해였다.



손만 대면 다 터지네?




사고 싶었던 백도 척척 사고,

차도 사고,

연말에 여행은 어디로 갈지,

스카이스캐너를 뒤지다

잠이 들던 시간들.







KakaoTalk_20250924_180509366.jpg?type=w773 사고 발생 12시간 전








아무리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풍족하고

평온한 날들이었다.





드라마로 치면,

정말이지,

클라이맥스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날은 2021년 7월 9일이었다.

오전 7시 35분 경이었다.



금요일이었기에

분리수거를 준비하며

현관 앞에서 주섬주섬 신발을

신으려던 때였다.



우당탕-




화장실에서 뭔가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냥 나가려다,

어제 테니스를 치다

발목을 삐끗했다는 남편의 말이

뇌리를 스쳐

문 앞으로 다가갔다.





남편은 샤워중이었다.




"...오빠?"





"넘어진거야?"




인간의 직감은 얼마나 무서운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문을 열었다.








KakaoTalk_20250924_183314394.jpg?type=w773 끼익-













화장실 문을 열자

남편이 세면대에 살짝

비스듬히 기댄채로

서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였다.




"왜 그래?"




한발짝 다가가는 순간

남편이 무너졌다.




와르르...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남편은 속수무책으로

스러졌다.




남편을 부축해 일자로 눕히고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분명히 주소를 알려줬는데,

또박또박 다시 말하라니

애가 탔다.


하지만, 감정을 섞을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숨 쉬나요?

-모르겠어요.


가슴이 들썩거리나요?

코에 손을 대보세요.

-안 쉬는 것 같아요. 아아악!!!



저희 출동했고요,

제가 시키는대로 하세요.

-뭘요? 아아악!!!



아내분, 정신 차리세요.

지금 되게 중요한 순간이에요.

-어떻게 해요?





모르겠다. 그 뒤로는

스피커폰으로 전환해서

시키는대로 시키는 위치를

압박하기 바빴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내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다는 것은

굉장히... 잔인한 일이다.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남편은 혀를 깨물고

동공이 풀린채로

점점, 내 곁에서

떠나가고 있었다.



지금 내 손과 남편의 몸 위로

떨어지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이 손을 떼면

안 된다. 는 생각 뿐.




이승에 간당간당 매달려있는 사람을

겨우겨우 잡고 있는

바로 그 느낌...



남편과 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투를 벌였다.





왜 이렇게 안 와요!


뭐하는 거예요!!!!



절규하듯이 소리를 지를 때쯤

구급대가 도착했다.



1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구급대는 남편을 밖으로 끌어내

제세동기를 연결했다.



당시 상태는 예상대로

심정지.





슛!


.


.


.


.


.


(정적)







슛!


.


.


.


.


.


(정적)





슛!


.


.


.


.


.



KakaoTalk_20250924_183819309_01.png?type=w773 일단 살긴 살았다




세 번 만에

남편의 맥박이 돌아왔다.

의식은 여전히 없는 채였다.




남편은 그 상태 그대로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드라마에서는

아내가 남편 옆에서

손 붙잡고 우는 장면이

꼭 나왔던 것 같은데,



기계도 그렇고 자리도 없다고

다른 구급차로 따라오라네.



다른 차에 올라타고

가장 먼저 경북에 계신

시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좀처럼 안부인사를 전하지 않는

며느리여서,

아침 일찍 걸려온 전화에


"뭔 일이 났구나." 싶은

불길한 예감을 받으셨다고 했다.





"어머니... 서울 올라오셔야겠어요."

-왜?



"오빠가... 좀 아파서..."

-교통사고가?



"아니 그건 아닌데...

일단 병원이거든요...

이대서울로 와주세요."




심장마비예요 라고 이실직고하면,

또 다른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 같단 생각에

최대한 차분하게

병원 좌표만 찍어드렸다.


출근길, 꽉 막힌 도로...

귀를 때리는 사이렌 소리...

덜컹이는 구급차 안.




나름 이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상상도 못한 전개다.




하...



진짜...뭐지?

나한테 왜 이래...




눈물은 사치였다.

이상하리만치 또렷한 정신으로

나는 생각했었다.



만약에 이대로

남편이 죽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가 가족이었다는 건

누가 기억해줄까?


남편은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는건가?



남편은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지만

그래서 좋았다.


매사에 시니컬하고

삐딱한 나에게

그냥 힘 좀 빼고 살아도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고,



항상 어깨가 무겁고

외로웠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던 사람이다.




그에게 받은 건 산더미고,

준 것은... 없었다.




신이시여... 이건 아니잖아요.





KakaoTalk_20250924_180509366_04.jpg?type=w773 이걸 찍어 남편의 친한 친구들에게 보냈었다








우리는 결혼한지 8년이 넘었지만,

아이가 없었다.



내 직업의 특성상,

아이가 생기면

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를 갖는 게

두려웠다.


나에게 찾아올 많은 변화와 책임.

감당할 용기가 없었다고 해야할까.



부부가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만

가족이 되는 건 아니잖아?



이것이 당시

나의 생각이었다.



철저한 딩크의 삶.




하지만, 21년 7월 9일을

기점으로 나는 달라졌다.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던 남편이

천운으로 5일 만에

중환자실을 빠져나왔을 때,


나를 알아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주었을 때,




나는 결심했다.



당신과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서

우리의 존재와,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보겠다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남편이 실려들어갔던

바로 그 병원에서

쌍둥이들의 심장소리를 들었고




해를 넘겨,

건강한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KakaoTalk_20250925_000555688.jpg 내 생에 없을 뻔 했던 행복






우리의 인생을

철저하게 박살낼 뻔한

그날의 악몽이,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인생은 이토록 알 수 없는 것.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우리는 이제 그날을

눈물없이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해도,

내 등에 남은 칼자국은

여전히 선명하다.



이 깊은 상처는

인생 별 거 아니라는

오만한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쿡쿡 쑤실 것이며,


마치 손오공의 헬멧처럼

나를 더 겸손한 인간으로

단련시키기도 할 것이다.




KakaoTalk_20250924_180213062.jpg?type=w773 방심은 금물







비가 오면, 맞아야지.

바람이 불면, 웅크려야지.

햇살이 좋으면, 만끽해야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 순간에 충실한 것 뿐일지도.







ps.


지금 이 순간에도

등에 박힌 칼을 빼지도 못하고,

뺄 힘도 없는 이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을 쓸 것이다.



힘주어 쓰고,

눈을 똑바로 보고

전해줄 것이다.



온 몸에 힘을 주고 밀어내면,

등에 박힌 칼은

반드시 쑤욱 빠지게 되어있다고.



당신의 진짜 인생은

그때 다시 시작이니,

절대로 무너지지 말라고.



그 고통은

당신에게서 결국 아무것도

앗아가지 못할 거라고...



칼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도

새살은 돋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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