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흑화했다.

-아이를 통해 마주한 내 모습

by 롸잇테리언







"엄마, 손. (훌쩍) 조심해! (훌쩍)

칼 뾰족하니까아~ (딸꾹)"





어젯밤, 뒤돌아 사과를 깎던

내 등에 대고

둘째딸(쌍둥이 중 둘째)이

한 말이다.








KakaoTalk_20250917_143859783_03.jpg?type=w773 엄마 바라기, 둘째









삼계탕이 먹기 싫다며

한 시간 가까이 울다가

그야말로 뒤지게 혼나고

서러움의 눈물을 쏟아내다

겨우 겨우 한 말이

저거다.




너무 심하게 울어

숨을 몰아쉬면서도,


애써 한다는 말이


나를 걱정하는 말.








아이는

자신을 윽박지르고, 혼내고,

1시간 내내 울게 놔둔

엄마가 손을 다칠까봐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50917_143559499_07.jpg?type=w773




KakaoTalk_20250917_143559499_08.jpg?type=w773 나의 전부








딸둥이들은 어느덧

만1세. 한국나이로 3세가 되었다.



지나가는 분들은

나이를 묻고는

한창 예쁠때라고 한다.






"그때가 제일 예쁘지~"


눈을 떼지 못하신다.




예쁘다.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는

호기심 가득한 눈,



말 조각을 이리저리 맞춰가며

적재적소에 쓰는 연습하느라 바쁜

젤리같은 입술.



엄마한테 주고 싶다며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오는

피카소 부럽지 않은 작품들까지.








KakaoTalk_20250917_144530743.jpg?type=w773 매일 받는 선물







어느것 하나,

찬란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가.






책을 들고 달려오는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기도 하고,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단 이유로,


똑같은 말 그만해~

엄마 머리 아파~


하면서 말길을 틀어막기도 하며,


가방 속에 수북한 종이작품들을

아이들이 잠든 밤에 가차없이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텐데

제대로 흑화했다.




38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태초에 받아나온

하얀 도화지는 꾸깃꾸깃해지고,

때가 타고,

이제는 뭘 다시 그릴 곳이

남아있나? 싶을 정도가 되었다.




나를 방어한다는 이유로

타인의 호의를 의심하고,


쿨한 척

내적손절을 하기도 하고,


상처받기 싫어

늘 거리를 둔다.




종교는 없지만

신이 내려다보면

아이는 하얀색,

나는 까만색으로 보이지 않을까.



누구든지 포기하고 싶은

때 가득한 중고차다.







이 와중에

아이는 나를 포기하지 않은

유일한 존재다.




까만 나에게

눈처럼 하얀 색을 묻혀

점점 회색으로...

연회색으로...

나를 닦아내는 중노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어른의 말로,

조금 더 오래 산 사람의

비열한 수법으로

하얀 아이에게

여기저기 상흔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점차 뒤섞어

회색 인간이 되는 걸까?





모든 엄마는 자식이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한다.




나 역시 그렇다.




세상에 태어나

상처받지 않고 자라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한 일이기에

모든 풍파를 막아주겠다는

허황된 다짐은 못 하겠다.



다만, 언제든지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하얀 조각들을 그리워 할 줄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리워한다면,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사서

따뜻한 저녁밥을 차려줘야지.



(해주는 게 클리셰인데

아쉽게도 요리 못함 이슈가 있음.)






착한 내 딸이 어제 내게 묻힌

하얀 말이

내 마음 속에서 점점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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