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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Oct 22. 2020

싱가포르 마케팅 회사 - 첫 면접

나는 아직 어리잖아요



회사는 싱가포르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였고 베트남 호치민 지사에서 구인을 하고 있었다. 사장은 싱가포르에 있고 나는 베트남에 있으므로, 인사팀에서 이메일로 줌 화상 면접 미팅 링크를 보냈다. 



면접 1시간 전, 욕실에서 풀메이크업을 했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단정한 치마. 거울을 보고 몇 번이나 웃으면서 웃는 모습도 점검했다. 아무리 부담 없이 면접을 본다고 해도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컴퓨터를 켜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다시 검색했다. 갖고 있던 노트북 카메라가 고장 나서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을 늦게 알아버렸다. 다행히 일주일 전에 유튜브용 거치대를 사놓아서 거치대를 설치하고 휴대폰을 끼어 넣었다. 



 면접시간 5분 전



이메일에 있던 링크를 타고 줌 미팅으로 들어갔다. 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착해 보이기도 하고 안 착해 보이기도 한 싱가포르인 아저씨였다. 가만히 있으면 착해 보이는데 말하면 안 착해 보이는 아저씨..



조지: 조지라고 불러.

줌으로 면접을 하다가 계속 줌이 끊겼다. 

조지: 카카오톡으로 할까?

카카오톡이 있다니?

우리는 결국 카카오톡 영상통화로 다시 인터뷰를 봤다.

조지: 1분 자기소개서 해봐.

조지는 질문하고 나는 대답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너는 왜 그동안 경력과는 완전 다른 마케팅 회사에 지원하는 거야?




면접 중, 조지가 물었다.

  


사실 나는 마케팅에 대해서 깊게 알지 못한다. 또 싱가포르 사람들도 익숙하지 않다.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오래전 여행을 다녀온 게 다였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기회를 잡고 싶다. 아시아 여러 곳에 지사가 있고 국적과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 




조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왜 그동안의 이 경력을 버리는 거야?


나는 조지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버리는 게 아니야.
나는 아직 어리고 다른 분야도 일해보고 싶어.





조지: 니가 어리다고?  

나: 응! 

조지: 너 몇 살이야?

나: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

 


조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깔깔거리며 웃으며 조지를 바라봤다. 

조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얘를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었을까?

  




조지는 나에게, 만약 내가 회사에 들어오게 된다면,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응! 

 웃으며 대답했다. 

 



나머지 시간들은 싱가포르와 한국, 베트남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싱가포르에 여행 갔던 이야기를 하고 조지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면접이 슬슬 끝나갈 때쯤, 조지가 말했다.




나는 니가 좋아.
근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만약에 일하기 싫으면, 지금 말해. 나중에 뒤에 가서 말하지 말고. 





-나도 여기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내가 대답했다.

면접이 끝나기 바로 전, 조지는 책을 하나 추천해줬다. 글로벌 커리어에 관한 책이었는데 꼭 읽어보라고 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났다. 

 





몇 번의 서류 탈락의 소식과 함께, 저녁마다 바에 가서 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다 어느 날 아침, 싱가포르 회사 HR 팀에서 메일이 왔다. 첨부해서 보낸 계약서에 사인을 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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