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Jul 22. 2015

고양이 맞지?

그 집 고양이


문득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침대 머리 맡에서 혹은 발치에서, 아니면 침대 정중앙(나를 밀쳐내고)에서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볼 때면 난 이 놈들이 사람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침대에서만은 아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 하며, 앞발로 살살 음식을 건드리는 모습을 볼 때면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나 같은 생각을 해본 적 있으리라. 

 

세상 모든 근심을 다 가진 그 고양이, 바로 너.


TV 보는 고양이들, 깨방정(좌) 찌롱(우).


제 앞발에 턱을 괴고 엎드리더니 후-하고 콧바람을 내 뿜을 땐 무슨 근심이 있나 싶기도 하고,

진짜 내 베개를 차지하고 침대에 누워있거나 앞 발 하나를 이마에 올릴 땐 정말 사람 같아서 뜨끔,

냉장고 손잡이에 매달린다거나 할 땐, 이 자식 내가 집을 나가면 직립 보행하면서 냉장고에서 음식 찾아 꺼내 먹고 그러는 거 아니야? 싶기도 하고,

TV를 보고 있을 때면 같이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하는데, 그러다가 나를 쳐다보기라도 할라치면 "채널을 돌릴까? 재미없어? 나 재밌는데..."라고 말을 건다. (아, 이건 마치 외로운 독거녀가 고양이와 대화하는 것 같잖아.)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부터 난 이 놈들 눈치를 보게 됐다. 게다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도 문득문득 받는다.

얼마 전에 살던 복층구조의 오피스텔에서는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하다 머리통이 따가워 고개를 들면 킴오르미가 복층 난간에서 앞발을 턱-하니 걸치고서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곤 했다. 마치 엄마들의 그 흔한 '또 기어나가네' 하는 눈빛을 장착하고 말이다. 


'또 기어나가니' 눈빛 시전 중인 킴오르미.


고양이의 눈빛이 유독 뭔가를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한참 나이 많은 선배가 '나도 다 겪어 봤어'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런 거. (사람이 그러면 매우 싫은데, 고양이가 그러면 좀 뜨끔하고 마는 정도지만.) 아니면 뭐, 내가 괜히 찔리는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암튼, 삼마리는 고양이의 탈을 쓴 인간 아닌가 몰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