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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28. 2015

관계에 번  아웃된 당신에게,

달콤 쌉싸래한 아포가토를 권함


[관계에 번  아웃된 당신에게, 달콤 쌉싸래한 아포가토를 권함]


“아, 그렇군요.”

“맞아요. 맞아요.”  

“오, 정말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는 일이 업이다 보니, 종종 번 아웃(Burn-Out)되는 느낌을 받는다. 소위 기 빨린다는 표현으로 우린 그 증세를 설명하곤 한다.

어떤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인터뷰는 그저 묻고 답하는 기계적인 과정”이라고. 기본적으로 묻고 답하는 것이 인터뷰이기는 하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인터뷰어인 나는 질문을 하고, 인터뷰이는 답을 한다. 그러나 분명 인터뷰는 묻고 답하는 것 이상이다. 그러니 인터뷰가 끝난 후엔 마치 물에 흠뻑 젖은 휴지처럼 바닥에 흡수될 것 같거나, 불에 구워지는 마른 오징어처럼 쪼그라들어 번  아웃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제대로 질문하는 것,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 재미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인터뷰어(Interviewer)이고 인터뷰이(Interviewee)다. 저마다 직업이 조금 달라 그것을 글로, 혹은 그림으로, 영상으로 옮기지 않을 뿐. 어떤 것은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것은 음식으로 요리되기도 한다. 어떤 것은 한 잔의 맛있는 커피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 평생을 묻고 답하면서. 그러니, 일과가 끝난 후엔 녹초가 되어 침대에 픽- 쓰러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들에게 잘 잤는지 안부를 묻고, 잠든 사이 온 카톡에 ‘굿모닝’ 하며 아침 인사를 한다. 늦잠 자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때론 모닝콜을 하며 어젯밤엔 뭘 했는지 묻고, 심지어 SNS에도 ‘좋은 아침’이라며 다들 즐거운 밤 보내셨냐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다. 출근해서도 마찬가지. 상사나 클라이언트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분위기를 맞추다가 눈치껏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때론 새파란 신입사원이 눈치를 보며 내게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한다. 친구나, 새로운 누군가와의 만남에서도 인터뷰는 계속된다. 우리는 밥이 한 술 들어가고, 술이 한 잔 꺾어지며 형식적인 안부를 묻는 단계가 지나면 조금 더 깊은 질문을 하기 시작하니까.

넌 연애 안 해?”, “그때 만난 남자랑 진도는 어디까지 뺐어?

이렇듯 뻔한 남자 얘기 후엔, 돈 얘기, 일 얘기로 넘어간다.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반복되는 질문과 대답.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이 간혹 바뀌는 차이 정도.


하지만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도 힘든데, 우리는 때론 뻔한 질문을 하면서 뻔하지 않은 답을 기대하고 진을 뺀다. (그런 인터뷰에서 진심을 바라는 건 정말 내 말을 상대가 곧이곧대로 들을 거라 믿는, 참으로 멍청하고 순진하고, 이기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인터뷰가 오가는 관계는 결국 소원해져서 멀어지거나, 그저 형태만 갖추고 있는 빈 껍데기 같은 관계가 되어버린다. 나는 얼마나 뻔하지 않고 진심 어린 질문을 던졌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상대가 내게 솔직하지 않다며 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아이러니. 그 덕에 우리는 매일 소모하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두 배, 세 배 소모하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말한다. 인터뷰이의 진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사람이 ‘인터뷰 잘하는 사람’이라고. 그 말을 듣고,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은 관계도 잘 만들어갈까 궁금해졌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인터뷰를 잘하고, 잘 해주는 사람일까. 정답이 있기는 할까.



[모카포트를 이용해 에스프레소 아포가토 만들기]

기가 빠진 데는 찐한 카페인과 달달한 당만큼 좋은 보약도 없지 싶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단연 에스프레소 아포가토.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어쩌면 당신도 다 알고 있을 그 방법.

도구 및 재료_
모카포트, 원두, 물, 빙*레 투게*아이스크림, 기타 견과류 혹은 건조 과일류*모카포트는 이탈리아 가정집에서 흔히 활용하는 에스프레소 추출기구다. 하부의 보일러에 물을 채우고 끓이면 압력이 증가하고, 위로 오르는 증기가 커피 원두를 적시며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원리다. 어려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용이 쉬우며(라고 하지만 어려울 수도 있다. 익숙하지 않다면), 관리도 편하고, 무엇보다 맛도 좋다(이것도 지극히 개인적 취향일 테니, 난 좋다).

1) 모카포트 하부에 물을 담는다. 손실량을 감안해 물의 적정량은 30~35mL. 압력조절밸브 아래로 1cm 정도 남겨두면 된다. (압력조절밸브를 막지 않도록 주의할 것. 남는 압력이 빠져나가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
2) 중간 바스켓에 커피를 담고 수평이 되도록 잘 다져준다. 적정량은 보통 17~18g 정도. (원두는 최대한 곱게 갈아주는 것이 포인트. 짧은 시간 내에 추출하게 되므로 원두가 굵으면 그 맛이 다 우러나지 않는다.)
3) 상부와 하부를 잘 고정시킨다. (뚜껑 닫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 다만 고정을 잘못하면 커피가 새어나오니 주의해야 한다.)
4) 불 위에 올리고 추출이 끝나면 바로 불에서 내린다.
5)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끝. 원하는 토핑 재료를 추가해도 좋다. 나는 아몬드에 크렌베리 넣어도 좋더라.


*이왕이면 진하게 로스팅 된 커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늘 그렇게 먹었던 터라 의례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한 번  비교분석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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