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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30. 2015

나이를 먹으니 씹을 것이 필요해지더라

찐한 커피 한 잔에 바삭한 러스크 한 조각을 권함


싱글인 삶은, 이제 내겐 선택이 아니라 운명 같이 느껴진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는 결혼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 따위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도 점점 싱글의 삶이 차지하는 비중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보다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의 언니와 오빠들은 “넌 아직 충분히 어려”라며 토닥토닥 해주지만, 그게 진정 위로가 될 리 없다. 나를 다독이는 언니, 오빠들보다 더 자주 만나는 것이 가족이고, 사회이며, 이들은 내게 결혼을 종용한다.

 

지난 명절에도 나는 할머니 댁에 내려갔다. 설과 추석,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명절에 내려가지 않은 적이 없다. 매년 온 가족들에 둘러싸여 같은 소리를 거듭 들으면서도 말이다.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보는 이들마다 같은 인사를 건넸다. 결혼한 사촌 언니, 오빠들, 형부까지 합세했다. 그래, 이건 진정 내 탓이다. 친구들처럼 진즉 결혼하지 못했다면, 어디 여행이라도 떠났어야 했나 보다.


“정말 만나는 사람 없어? 결혼 생각이 아예 없는 거야?”
“에이, 처제! 있는데 말 안 하는 거지? 딱 보니 그러네”
“아이구, 그래도 내년에는 꼭 가야 할 텐데….”

몇 달 만에 만난 가족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진정 내 결혼에 관한 것밖에 없단 말인가! 결국, 나는 동생과 인근 영화관으로, 영화가 끝난 후에는 볼링장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니 생각하려 했지만, 불쑥 화가 치밀었다. 나쵸를 우걱우걱 씹고, 버터구이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어봐도 울컥해버린 내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친구 어머니처럼 말도 안 되게 머나먼 섬 어디에서 남자를 찾아 소개하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 내가 안 가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냐고!’


사실 이제야 고백이지만,  서른둘엔 조금 초조하기도 했다. 친구들도 다 자기 짝 찾아 떠났고, 심지어 2세까지 출산했던 시기였다. 간혹 벌써 다녀온 친구도 있었다. 남들 다 하는 결혼, 나만 못하는 게 싫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하고 결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좋은 남자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불상사도 자주 발생하곤 했으니까.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소개팅의 수도, 심지어 ‘선’이 들어오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고(이젠 그나마도 없지, 아마?), 나는 인정하기 시작했다. 세상엔 내 맘처럼 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특히 연애에 있어서 더더욱. 언제 어디선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대로 사랑스러운 나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혼자 살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게 된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결혼을 종용하는 온갖 사회적인 시선들에 ‘Stress Free’ 상태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빵을 굽고, 쿠키를 만들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언니, 동생, 오빠들에게 한바탕 늘어놓는 넋두리는 한계가 있었다. ‘말하면 뭐하나, 입만 아프지.’ 누구나 자신만의 도피처는 있듯 글루텐과 카페인이 존재하는 그곳이 내겐 바로 ‘결혼 스트레스 프리존’. 오도독 오도독 달콤하고 바삭한 것을 씹으면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너무나도 치열하게 눈치를 보며 결혼 얘기를 피해 다녔던 나는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냉장고에서 식빵과 버터를 꺼냈더랬다. 설탕을 준비했고, 오븐을 켰고 씹을 것을 잔뜩 만들어 통에 담아 방으로 들어왔다. 별수 있느냐며, 이렇게 또 씹고 또 씹으며 흘려보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웅얼웅얼하면서.


문득 이번 추석엔 어딘가 떠나야 하나, 싶다. 




[소든 소프브루로 내린 커피 한 잔, 그리고 식빵 러스크]


식빵 러스크

재료_ 식빵(조금 마른 것이 더 좋음), 버터와 꿀+설탕 (1:1의 비율로 준비)

1) 식빵은 길쭉하게 썰어준다. (개인의 취향이므로, 어떻게 썰어도 무방)

2) 1:1의 비율로 준비한 버터와 꿀+설탕을 한데 섞는다. (ex) 버터 100g, 꿀 50g, 설탕 50g

3) 썰어놓은 버터에 골고루 펴 바른 후, 120도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워주면 끝. (온도를 높이면 굽는 시간을 조금 줄여주는 센스 필요함^0^)


* 버터는 가공 버터가 아닌 우유 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풍미가 좋았다.

* 오븐 온도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각자 오븐 온도를 확인 후 시간을 조정하도록 한다.

 

커피_ 소든 소프브루로 추출

소든 브루

침출 방식의 커피 추출 도구다. 미세하게 레이저로 가공한 내부 금속필터가 포인트. 프렌치프레스와 같은 방식의 기존 도구들보다 커피 추출 과정에서 가라앉는 미분이 적어 보다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사용방법마저 매우 간편하다.


1) 준비한 원두를 곱게 갈아준다. 보통 핸드드립용보다 1.5배 크기로 굵게 분쇄할 것. 적정량은 200mL 2잔 기준으로 40~50g 정도.

2) 내부 필터에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두 어번 저어 준다. (이때 물 온도는 약 85℃~92℃ 사이가 적당할 듯. 끓어 오른 뒤 뚜껑을 열어 한 김 식힌 정도라고 보면 된다. 물론, 원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3) 4~5분 정도 후면 추출 완료!

 

※ 알아둘 것!

커피 원두의 로스팅 정도나 분쇄도, 물의 온도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조금씩 양을 달리하고, 물 온도를 달리하며 내 입이 즐거운 맛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면 좋겠다. 그럼 발로 내려도 맛나다고 생각이 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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