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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02. 2015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글밥 먹고사는 일


이 일을 어떻게 시작했냐는 질문을  종종받는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글 쓰는 것과 상관없는 일을 하던 내가 이 분야에 일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고, 모르는 이들은 칼럼니스트든 뭐든 글을 쓰고 싶어서 묻는 듯하다. 


나는 국문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문예창작과는 더더욱 아니다. 게다가 사회생활을 기자나 글 분야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걸 좋아했던 한 사람이었다는 것 말고는 이 분야와는 전혀 동떨어진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분야에 몸담고 일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사보기획, 제작 쪽이 메인이고, 네이버 캐스트나 다른 매체에 인터뷰를 기고하거나, 교재, 홍보책자, 브로슈어 글 작업을 하기도 한다. 


여하튼, 칼럼니스트든 사보든, 잡지 기자든 이 쪽 분야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모두에게 수월하게 열린 문은 아니다. 

처음부터 사회생활의 시작을 잡지사나 신문사, 사보편집회사, 또는 기업 홍보팀 등에 취업을 하거나, 그 이후 전향하고자 한다면 이분법적으로 나눠봤을 때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거나, 내가 열심히 문을 두드리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누가 막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써달라고 의뢰를 하겠나. 그러니 내가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준비하고 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따라 방법들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이야기를 해보겠다. 



루트 1. 이쪽 분야로의 취업

대학생이라거나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잡지사, 신문사에 취업하는 방법이 있다. 잡지사의 경우 대학 때나 어시스턴트로 지원해 먼저 경험을 좀 쌓아두면 정규 취업 시 유리할 수도 있다. 두산이나 중앙 M&B 같은 경우는 공채를 뽑으니 지원해서 되는 경우가 있을 거고. 그 밖의 조금 규모가 작은 잡지사들도 리크루팅 할 때 지원해서 그 길을 걷는 방법이 있다. 신문사도 마찬가지. 


이렇게 잡지사나 신문사에 취업해 일을 하는 경우에는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전문 분야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신 트렌드, 핫이슈를 발굴하고 쫓아다니며 취재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게 내공이 돼 여러 종류의 글을 쓰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쉽진 않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니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선생님은 신문 기자 출신이다. 기자 시절 취재감을 찾던 매의 눈으로 발견한 것이 나무였고, 그 이후 10년을 넘게 나무에 관해 공부하고 찾아다니고 쓰면서 살아오셨다. 국내에 나무에 관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분은 이 분이 거의 유일하다. (관련 전공자 제외) 

 

꼭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사보 편집회사도 많다. 책이란 것이 눈에 보이는 베스트셀러와 패션잡지만이 아니지 않던가. 회사에서도 홍보용으로 고객과 혹은 임직원과 소통하기 위한 매거진을 만든다. 대부분 책의 형태이지만 사내보는 신문 형태로도 많이 제작된다. 점점 없어지긴 한다. 종이 책으로 나오는 사보들은 많이 줄었다. 요즘 대세는 웹진이나 앱, 그래서 인쇄용이 아닌 웹진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꼭 잡지사가 아니더라도 사보 편집회사에 취업을 하면 하나의 발행물, 매거진을 만들 수 있다. 코너에 따라 인터뷰를 갈 수도 있고, 취재를 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홍보물이라는 관점에서 단순히 트렌드나 소식, 정보만 알려주는 것과는 달리 마케팅적 측면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잘만 하면, 내 의지가 있고 회사와 합만 잘 맞는다면 나이가 많아도 취직이 된다. 나도 사보 쪽으로 일을 경험하고 싶어  서른셋에 잠시 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다. 안될 줄 알았는데 사실 사보 회사들도 일에 비해 보수가 적기도 하고, 여러 상황이 있어 기획자, 에디터들을 자주 뽑는다. (너무 자주 기획자를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오는 회사라면 고민해봐야겠지만)

하지만 이 바닥도 쉽진 않다. 영세한 회사들이 많다 보니 급여도 그러하고, 적은 인원에 여러 가지 일을 할 경우 야근도 밥 먹듯 할 수 있다. 뭐 잡지사나 신문사도 마감 때 정신없고 밤샘 작업 수시로 하기도 하니까 꼭 영세한 편집회사여서 그래-라고 단정 짓진 않겠다. 아하하. 



루트 2.  청탁받아 글 쓰기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원고 좀 써주세요"라고  청탁받으면 글을 쓸 수 있다. 관련 분야의 다경험자라거나, 강연을 많이 했다거나, 그간 많이 글을 써왔거나 한 사람이라면 의뢰가 들어올 터다.

 

푸드 칼럼니스트 이재건 씨는 (미상유로 잘 알려져 있다) 군 제대 후 싸이월드에 올리기 시작한 요리 글이 인기를 얻으면서 요리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잡지에도 기고하고, 신문에도 연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백화점 같은 곳에서 특강 같은 걸 진행하기도 한다. 

공저로 작업했던 <칼럼니스트로 먹고 살기>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번역가인 김명철 바른 번역 대표도 번역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기업 사보, 신문, 잡지 등에서 번역한 책에 관한 내용의 글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기회를 잘 잡았던 그는 이후 방송 출연도 하고, 심심찮게 칼럼 의뢰도 들어온다고 했다. 


한 번은 인도 여행기사를 넣어야 하는데, 꼭 들어가야만 하는 지역을 다 다녀온 작가가 없었다. 검색신공을 발휘해 한참을 찾다가 블로그에 인도 구석구석을 다녀와서 일러스트로 그림까지 그린 여행기를 올린 사람이 있었다. 그 글이 묶여서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었고, 그녀가 올려둔 글과 사진이 꽤 괜찮아서 전문 여행작가가 아닌데도 원고를 청탁해 일러스트까지 넣어 재미 난 꼭지를 만들었더랬다.   


하지만!

이렇게 의뢰받는 게 글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흔치 않은 경우다. 아니 경험도 없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누가 글을 덥석 맡기겠는가. 나부터도 누군가에게 원고를 의뢰해야 한다면 해당 분야의 책을 쓴 경험이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혹은 블로그든 어디든 글을 많이 기고한 경험이 있는지를 살펴 글부터 본다. 

그러니,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그 전에 열심히 준비해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브런치도 꽤 괜찮은 툴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같은 패턴의 반복이지만 디자인도 심플하면서 예쁘다. 왠지 보고 싶어지게 하는 느낌.  블로그도 좋고, 페이스북도 좋다. 차곡차곡 모아 두자. 쓰고 싶은 글을 말이다. 

열심히, 또 열심히 써두자. 냐하하. 



루트 3. 기회의 문을 빡세게 두드려라

개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내가 열심히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아무 경험도 없는 내게 뜬금없이 글을 써달라고, 그것도 돈 주고? 당신이 원고청탁자의 입장이라면 하겠는가!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이 경우 명심해야 할 것은 아무도 내 이야기는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하지만 책은 아무나 내주나. 가뜩이나 종이책 시장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연신 뉴스에서 떠드는 판에(뭐 실제 분위기도 그렇다 하고). 출판사도 기업이다. 자원봉사단체가 아니기에 아무 책이나 내달란다고 낼 수는 없다. 


출판사에, 신문사에, 잡지사에, 편집회사에 보내!보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책이 왜 나와야 하는지, 왜 내가 이 글을 써야 하는지 잘 작성해서 (기획안이든 제안서든) 여러 곳에 보내라. 출판사에 보내고, 잡지사에도 이력서를 보내 둬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함께 첨부하면 어쩌다 얻어걸릴지도 모른다!


다수의 자기계발서를 낸 윤정은 작가는 처음 자신의 사회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작성, 수십 곳의 출판사에 보냈다. 아무 경험도 없었지만 성심성의껏 작성한 기획안과 샘플원고들에 눈길을 준 출판사와 책을 내게 됐고, 그런 형태로 두 번째 작업을 한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가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련해서 강의도 하고, 글쓰기 강좌도 진행하고,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자기계발서와 책을 썼다. 

내가 알기론 임경선 칼럼니스트도 그런 경우다. 잡지였는지 신문이었는지, 써보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연애 칼럼을 시작으로 소설도 쓰고 여자들의 커리어에 조언을 주는 칼럼 등 다수를 쓰고 있으며 라디오나 강연 등도 다수 하고 있다. 

 

물론 경험이 많지 않으면 쉽진 않다. 혼자 끄적여 놓은 글보단 어디든 기고한 글이라면 한번 다시 보게 되니까. 그러니 일감을 찾아 글을 기고한 경력을 쌓아두는 것이 좋다. 빅이슈도 그렇고, 펫 매거진도 그렇다. 관련해서 재능기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곳이 있으니 글을 보내 보자. 

그리고 자유기고가로, 프리랜서로 첫발을 내디뎠다면 편집회사들에 열심히 이력서를 보내 둬라. 내부 기획자가 있더라도 다양한 취재를 해야 하는 데 이를 모두 커버하기는 힘들다. 당연히 지방 등등에 취재를 다녀와 줄 필진이 필요한 법.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글 등도 보내 둬라. 그리고 한 번 잘 연결이 되면 소개에 소개를 불러오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잘한다는  전제하에 ㅠㅠ ) 


그 전에 열심히 글을 써 둬라.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거다. 

브런치도 좋고, 네이버 블로그도 좋다. 구글 마이블로그도 있고, 티스토리도 있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다. 뭐가 됐든 차곡차곡 쌓아두자. 그 데이터베이스는 이후에도 글을 쓰는 데 기반이 돼 준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도 잘 모은 콘텐츠를 책으로 내준다는 거 아닌가! 


아, 전자책, 웹 시장도 두드려 보자.

왜, 소설이나 시를 쓰는 작가가 되려면 우리나라에서 인정해주는 루트로는 신춘문예 등에 당선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고, 수풀에서 바늘 찾기다. 꾸준히 등단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쉬운 작품들은 전자책으로도 제안해보자. 전자책은 상대적으로 출판 비용이 낮아서 수월한 편이다. 뭐 그렇다고 이것도 막 아무거나 내주진 않지만. 장르소설을 쓰는 경우엔 웹소설 코너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장르소설 잘 써서 수천만 원 이상의 돈을 번 사람들도 있다. (오 부럽부럽 ㅠ) 


생각보다 글 쓸 수 있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 부지런히 두드리시길! 

 

 파이팅. 아자아자! 



덧. 쓰고 보니 물론 쉽지 않단 말을 너무 많이 한 거 같다. 왠지 부정적 이어 보이기도 하고. 그러나 분명한 건 길은 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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