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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14. 2015

입안에 머금은 말, 그립다

모카 머핀 하나에 그리움 듬뿍.


보통은 그립다는 말보다는 보고 싶다는 말을 더 자주 쓰지만 나는 그립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리움 대신 안부를 전할 생각은 잘 하지 못하지만...) 사랑한다, 혹은 좋아한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아프고 아름답다는 게 내가 그립다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움이란 말은 못다 한 이야기란 의미로 치환될 수도 있는데 그래서 더 전하고 싶고 애틋한 것 같다. 물리적인 거리도 그렇고 심리적인 거리도 모두 단절되어버려서인지 그리움은 같은 감정도 증폭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나는 선뜻 내뱉지는 못하지만 그립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어쩌면 내가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고. 




오늘 아침, 

그리운 이가 나에게 '안녕' 하고 안부를 물었다.

가을이라면서. 


잘 있니, 하고 안부를 묻는 메시지에 나는 왠지 잘 지내요-라고 답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툭. 잘 지낸다고 답하기  싫어.라고 말해버렸다. 


사실은, 꽤 잘 지낸다고. 그저 조금 그리웠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데. 

생각보다 꽤 많 의지했던 사람이라서 그런가. 남자친구가 있을 때에도 정신적으로 더 많이 의지했던 사람이었다. (잠깐 마음이 살랑대긴 했지만, 곧 살랑댐에서 그쳤다.) 헤어진 뒤에도, 그 사람과 연락을 잘 하지 않은 때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 희한하게 힘을 주던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닿지 않았던 연락이 그 사람만의 잘못은 아닐지언데 나는 저렇게 멋없게 툭 내뱉고 말았다.

사실은 '많이 그리웠어요'라는 의미였지만.

메시지 창에 '그리웠어요'를  한 다섯 번쯤 써놓고도 나는 끝내 엔터키를 누르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좋아하면서도 꺼내기 힘든 말이 '그립다'는 말이어서 그랬겠지.


그리운 이들이 비단 저 한 사람만이 아니어서, 괜스레 얼굴 한번 떠올려볼까 싶어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었다. 그리웠다는 말은 그저 꼭꼭 씹어 삼킨 채 하늘도 보고, 바람도 맞았다. 그런데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 바람에도 괜히 내 가슴은 시리더라. 

오늘따라. 




덧. 별로 글과  상관없는 이야기

마쓰다 미리가 그랬는데. "스스럼없이  선뜻하는 말보다는 오히려 평소 잘 쓰지 않는 말을 통해 그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그럼, 난 어떤 사람일까 또 문득 궁금해진다. 입안에 늘 그리움을 머금고 사는 나란 사람은.  외로운 사람? 나만 외로운 건 아닐 텐데? 당신이 머금고 있는, 내뱉지 못한 말은 뭔가요. 그것도 문득 궁금하네요. 


 




<에스프레소로 맛을 낸 '모카 머핀' 만들기>


전에 어떤 글을 쓸 때 나는 에스프레소를 그리움에 비유한 적이 있다. 어떤 커피보다도 무겁게 내려지는 것이 또 마셨을 때 입안에 남는 여운은 강하게, 오래 남는 것이 에스프레소인데 그리움이 딱 그랬다. 가장 무겁게 가라앉아서 가장 오래 기억하게 하고 가장 오래 괴롭히는 존재. 강렬한 그 맛에 혀가 적응할라치면 올라오는 후미가 강하게 다시 한 번 가슴을 치는 에스프레소처럼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문득 치밀어 올라 미치게 만드는 그런 존재. 그래서 꼭 머핀이든 쿠키든 무엇이든 에스프레소 뒤엔 한입 씩 더하곤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깊은 그리움을 닮은 에스프레소를 넣어 만든 찐한 모카 컵케이크 한 입 베어 물면 가을 탄다고 시도 때도 없이 저릿한 이 가슴도 조금은 위로가 되려나 싶어서. 말이 너무 길었다.


                                                                                                            

재료_

박력분 90g, 아몬드 분말 40g, 베이킹 파우더 1g, 버터 80g, 생크림 25g, 설탕 60g, 꿀 15g, 계란 2개(약 100g), 에스프레소  4t, 소금 한 꼬집 정도      


만들기_

1. 말랑한 버터를 살짝 풀어준 다음 생크림, 설탕, 꿀을 넣고 마요네즈 상태까지 섞어준다. (핸드 믹서기 사용하세요- 그게 편해요~)  

2. 계란을 두 번에 나눠 넣고 섞어준다. 버터와 분리되지 않도록 잘 섞어준다.

3. 에스프레소를 넣는다. 

4. 체를 쳐 둔 가루류(박력분, 아문드 분말, 베이킹 파우더)를 한 번에 넣고 잘 섞는다.

5. 유산지를 깐 틀에 70~80% 정도 반죽을 담고 한 번 탁 내리쳐서 공기를 뺀다. 

6.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는다. (불이 셀 경우)


취향에 따라 초코칩이나 더 진한 다크 초콜릿 청크를 부셔서 넣어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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