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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Oct 06. 2015

약 2주.


거의 2주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간간이 좋은 글들을 읽으러 오가긴 했으나 늦은 밤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잠시였을 뿐. 사보 리뉴얼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가 말고 저장만 해뒀을 정도로 정신없는 일상들이었다. 덕분에 브런치북프로젝트 하나는 날라가버렸네. 흐엉엉. (한편으론 이 또한 핑계임을 안다. 잠잘 시간 조금 줄였어도 되지 않았냐고 채근해본다.)


#하나, 엄마의 환갑이 있었다. 

이왕지사 올리는 글, 케잌자랑이나 좀 하려고. :) 

어느새 예순 하나. 조금씩 나이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눈가의 잔주름, 쭈글쭈글해진 손, 부쩍 늘어난 흰 머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엄마의 예순 하나는 내게 그렇게도 큰 숫자였나보다. 

대단한 잔치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다해 준비했더랬다. 여행 보내드리려 했는데 워낙 공사다망하신 여사님이라 파토가 났다. 그래서 뭐 조촐한 파티는 꼭 하자고 약속했다. 좋은 음식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무화과가 제철이라 무화과 담뿍 넣은 케이크도 직접 만들고, 두둑히 용돈을 담은 통장에 머리 뽀개가며 글자 수 맞춰 메시지까지 남겼다. (마감으로 며칠을 제대로 잠도 못잤는데도 케잌 만들 기운이 났던 걸 보면 내가 평소에 엄마에게 미안한 게 참 많았구나 싶었;;다. 이런 사죄라도-하는 심정.) 그리고 우리 가족과 내 엄마의 엄마와 동생들, 몇몇 친척들 모시고 식사 하고 케이크를 자르고, 선물 드리고. 엄만 좋으셨던지 며칠을 웃으셨더랬다. 가족이 모인다는 것, 마음을 쓴다는 것, 그 마음을 알고 서로에게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를 지어보인다는 것. 그런 것들이 좋았던 게 아닐까. 


#둘, 추석이었지.

가족들이 바글바글 모이는 추석. 서른 다섯의 나는 할머니 앞에선 만년 다섯살 애기같이 군다. 나도 모르겠다. 막 그렇게 된다. 할머니 눈에도 내가 그런가 보다. 살이 쪄 돼지가 됐는데도 우리 애기 복스럽고 이쁘기만 하다고 하신다. 할머니가 계셔서 참 행복한 추석이었다. 하하.


#셋, 비가 왔다. 

비가 오면 (당연하겠지만) 온 세상이 물기를 머금어 더욱 반짝이고 싱그러워진다. 누군가의 집 담장에 피어난 장미는 그 붉은 빛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푸른 나뭇잎들은 더욱 쨍한 녹색 빛깔을 자랑한다. 진한 흙내음이 느껴지는 비에 젖은 땅 위로 화려하게 펼쳐진 색색의 우산들,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과 비오는 날에만 신을 수 있는 장화는 왠지 무지개 너머 특별한 곳으로 안내할 것만 같다. 

그런데 나는 비가 싫다. 비는 내가 집에 있을 때, 커피 한 잔이 있을 때, 그때만 왔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이고 아이러니한 생각을 했다. 사실 비 올때마다 생각하지만. 


#넷, 브런치에

이런 주절거림을 써놔도 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블로그와 같은 거라 편하게 생각했는데, 뭔가 시작부터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니 뭐가 됐든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써야하는 건 아닐까 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도 주지 않는 부담을 혼자 느낀거다. 아 부끄럽다. 갑자기.

작가란 이상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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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과 프로젝트 때문에 계속 일, 일, 일이다. 

잠시라도 뭔가 떠들 곳이 필요했다. 

브런치 땡큐.


리뉴얼에 대해 쓰던 글은 발행,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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