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지원아.
“꽃길만 걸으렴.”
이라고 말해줄 수가 없구나.
미리 말해두지만...
이제 네 앞에 펼쳐질 50년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거란다.
지금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너에게 칼을 겨누는 날도 올 거란다.
두렵게 하려는 게 아니야.
다만,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
젊은 지원아.
참 고맙다.
네가 지난 50년을
잘 살아주었어.
네가 만나게 될 수많은 흙길들을
너는 지혜롭게 잘 걸어주었어.
참 잘했다.
너무 힘들어서
미친사람처럼 울고 싶은 날에도,
너무 답답해서
가슴을 손으로 퍽퍽 치는 날에도
이것 하나만은 잊어버리지 마렴.
너는 다 견뎌낼거란다.
네가 만난 꽃길들보다는
네가 지나는 흙길들이
오히려 효자노릇을 할거야.
그 속에서 너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잘 살아온 80대 할머니,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될 거란다.
젊은 네가 경험한 흙길 덕분에
지금의 내가 80 넘어서까지
잘 살아왔다. 고맙다.
***
너는 지금
흙길 한가운데 서 있겠지.
‘어쩜 인생이 이럴까?’
기가 막힐거야.
너의 그 흙길을 담담히 맞아주렴.
“아, 네가 바로 복이구나.” 하고.
편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순탄하기를 기대하지 마라.
오히려 더 편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순탄해지지 않는단다.
지금 2070년 5월, 이 곳에선
아무도 “꽃길만 걸으세요” 라고
타인을 축복하지 않아.
더이상 그 말은 축복이 아니란다.
2070년 5월 6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