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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네가 첫 사회생활을 광고회사에서 시작해서일까?
너는 뭘 하든 ‘효율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지.
효율성을 추구하는 건 좋아.
다만, 효율성에 너무 집중하다가
오히려 비효율로 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돼.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일들이 세상엔 있단다.
그들이 결국 ‘효율적인’ 일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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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땐, 보러 가렴.
인터넷으로만 그림을 보지말고
멀리 있는 미술관에 가라.
이어폰으로만 음악을 듣지말고
돈을 들여 콘서트장에 가라.
뮤지컬과 연극을 보러가서
배우의 숨결까지 느껴라.
스포츠 경기장에 가서
소리질러 응원하고 역사를 지켜봐라.
그러면 네가 얻은 깨달음이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고
네 몸에 새겨진단다.
경험에 시간을 써라.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체험에 시간을 들여라.
너의 순간들을
최대한 특별한 일들로 채워보렴.
그러려면
앉아만 있어서는 안될거야.
귀찮아도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지.
일어나 두 발로 걸어라.
걸어가서 경험에 몸을 맡겨라.
결코 후회 없을 것이다.
어떤 영화는 보고나서 돈이 아까울 수도,
어떤 전시는 다리만 아플수도 있어.
하지만 그걸 경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어떨 지 결코 알수 없어.
할까말까 앉아서 잴 시간에
하나라도 더 해보는 사람의
‘좋은 순간을 만날 확률’이 높다.
간만 보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쌓인 경험치가 적어서
그릇이 점점 작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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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네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은
점점 더 효율성을 추구하게 될 거란다.
더 빠르게
더 가깝게
더 많이
더 작게
더 편하게
.
.
.
그래서 2070년 지금,
생활 양식은 더 편리해졌지.
하지만 지금,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젊었을 적 비효율적이지만
중요한 경험들을 챙긴 사람들이야.
젊을 때 경험을 귀찮아 한 사람들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살고 있구나.
젊은 지원아.
지금의 나는 늙어서... 걷기가 힘들단다.
네 나이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몸 건강할 때 두 발로 마음껏
세상을 쓸고 다니렴.
2070년 6월 3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