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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하게 인사해주렴.
별다른 말도 필요없어. 그냥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거야.
활짝 웃어주면 더 좋고.
몇마디 나누면 더 좋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이야.
엘리베이터를 탈 때,
편의점에 들를 때,
택배를 받을 때 마주치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이야.
알아.
어렵고 쑥스러운 거…
익숙지 않을거야.
그래서 이웃들끼리 엘리베이터를 타면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모르는 척 땅만 보고 있잖아.
***
젊은 지원아.
노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게 있어.
인간 한 명 한 명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라,
하나의 ‘기운’이더라.
좋은 기운이 강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하지.
그런 사람은 잠깐 마주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밝게 인사를 한다면
아마 반 정도는 네 인사에 답할 것이고
반 정도는 당황스러워서 무시할거야.
무안하지 않겠냐고?
얘야.
사람들은 네 생각보다
너에게 관심이 없어.
네가 무안한 건 그 순간뿐이야.
다들 집에 돌아가서
그런 걸 떠올리며 너를 비웃지 않아.
잠깐의 무안함을 무릅쓰고
한 번 해보지 않겠니?
너의 밝은 기운을 받은 사람들은
그날 하루를 멋지게 시작할 수 있단다.
한 가지만 미리 알려주자면…
너의 밝은 기운을 받은 사람들 중
인생이 바뀐 사람도 있단다.
그는 나쁜 일을 막 시작하려던 찰나였는데,
모르는 사람인 너의 밝은 인사를 받고
나쁜 마음을 접었다고 하더구나.
인생이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그 뒤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더구나.
자세한 얘기는 네가 나중에 직접 들어보렴.
네가 흘린 딱 다섯 글자의 말로써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는게 놀랍지 않니?
네가 좋은 기운을 많이 뿌리고 다닐수록
기분 좋은 일들이
너에게도 연달아 일어날 거란다.
***
젊은 지원아.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보다 강력하다.
잊지 말거라.
너의 밝은 인사는 날개를 달고 있다.
네가 자는 동안에도 떠다니며
좋은 일들을 만들어 올 것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악마가 되는
범죄자들은 많이 봤을거야.
그렇다면 너의 말 한마디로
누군가는 천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딸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렴.
엘리베이터 안에서
단어장을 외우는 대신
주위 이웃들을 살피고
안부를 물으라고 가르치렴.
시험 점수 1점 더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이란다.
2070년 지금,
내 어릴 적 친구들 중
훌륭한 노인이 된 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기운을 잃지 않은 친구들이구나.
인사는 생각보다
힘이 세단다.
2070년 6월 24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