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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요즘 참 네가 답답해할 시기겠구나.
전업주부로 사는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을텐데...
대학 졸업 후 5년간의 사회생활을 끝으로
지금은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더이상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겠구나.
마음껏 날개짓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는데, 그치?
답답하겠구나. 그 맘 안단다.
같이 조금씩 걸어나가던 동료들이
일을 계속 하고 성과를 내는 걸 보며
조급해지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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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답답할 때마다 내 말을 떠올리렴.
너무 일하고 싶어서
동동거리지 않아도 된단다.
왜냐하면 나중에는
일이 많아서 동동거릴 정도로
너는 일복이 많은 사람이거든.
내가 너였을 때는
한 해 한 해가 내 인생을 좌우할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느라 몇 년 일을 못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렇게 80 넘게 살아보니
어마무시하게 길더구나 인생이.
몇 년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말이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어차피 너의 전성기는 올 것이다.
결국 만나게 될 봄이야.
봄은 무조건 오잖아.
너의 봄에 마음껏 뛰어다닐 기대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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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쌓아온 5년간의 커리어…
물론 귀한 초석이 되어줬지.
하지만 너의 진짜 커리어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네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지금까지는 몸풀기일 뿐이었구나’
네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대학시절은 귀여운 고통이었구나’
네가 결혼했을 때,
‘여기는 완전히 낯선 세계구나’
하고 느꼈던 것처럼…
지금은 밑거름 작업만 하고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
아이가 좀 크고나서
네가 40대가 되면
너의 진짜 인생이 시작된단다.
그 때가 진짜야.
40대가 된 네 눈앞에는
온갖 재미있는 일들과
별별 골치아픈 일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밀려올 거란다.
그때 너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한다.
진짜 네 모습에 더 가까워지지.
청춘…
젊은 시절...
너무 아름답고 멋지지.
청춘이 지나면 네가 빛 바랠 것 같고
창창하게 젊을 때 많은 걸 이뤄놓아야 할 것 같지?
배우자도 있고 자식도 있고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산전수전 다 겪고
조금은 초연해진, 일의 소중함도 잘 아는
중년도 참 멋있단다.
뛰어야 할 때 뛰면 된다.
지금은 네 눈앞의 가족에 집중하렴.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렴.
그 역시 네 최고의 투자이자 커리어야.
육아를 하느라
경력이 단절된다고들 말하지.
사실은 더 값진 경력이 쌓이고 있는 중이야.
육아를 해본 커리어우먼의 단단함은
보통이 아니란다.
그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자식을 생각하면 무서울 게 없지.
처음 네 딸이 태어났을 때
그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보면서 든
첫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겠니?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80 넘은 지금도 강렬하게 마음에 남아있구나.
모성애는 무서운거야.
40대때, 네 진짜 커리어를 시작할 때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줄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경력단절이 아니란다.
경력강화라고 해두자꾸나.
2070년 6월 17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