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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지금 아주 깜깜한 밤길 속에
서있는 것 처럼 느껴지니?
무언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늘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기는 한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아무것도 없어서
좌절할 때가 많지?
할머니가 된 나는 어떨지...
예상할 수 있겠니?
네가 겪고 있는 그 깊은 어둠에게
매일같이 감사하며 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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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사람들은 항상 현재를 의심하지.
그래서 열심히 하면서도
‘이게 맞는건가?’ 항상 고뇌하지.
그런데 2070년에 와서 돌아보니…
내 인생의 큰 줄기를 잡아준 것들은
대단하고 인상적인 순간이 아니더구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있잖아.
주인공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극적인 BGM과 함께 짜잔~ 하고 나오잖아.
그런데 인생이 바뀌는 순간은
실제로는 그리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골방에 처박혀서
‘과연 이게 될까’ 의심하며
작업하는 시간들이
너의 인생을 천천히 바꿔갈 것이다.
수없이 궁리하며 발버둥치는 시간들.
의심하면서도 계속해서 써내려가는 시간들.
되는 듯 하다가 다시 좌절에 빠지는 시간들.
노력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들.
거절메일에 덤덤하려고 노력하는 시간들.
이 긴 고통의 시간이
너라는 드라마의 결정적 순간들이다.
생각보다 멋지지 않고
예상보다 현실적이지.
하지만 오로지 그 시간들 덕에
2070년의 내가 지금, 참 행복하단다.
견뎌주어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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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네가 존경하는 몇명의 인물을 떠올려보렴.
그들을 정말 좋아하기는 해도
메시지를 보낸다던지
스케줄을 따라다닌다던지
하지는 않지. 늘 진심으로 응원할 뿐이지.
무슨 말이냐면…
너처럼 숨어있는 지지자들이
너에게도 많다는 얘기야.
너의 책에 위로 받은 사람들.
그로 인해 인생이 나아진 사람들.
너의 조용한 지지자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살고 있다.
담담하고 따뜻한 지지를 보내며.
그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저 묵묵하게 나아가라.
2070년 7월 8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