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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Mar 05. 2022

소떡소떡에 관한 깊은 고찰

과정과 결과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이들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MUST EAT)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소떡소떡입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소떡소떡을 좋아했고, 저 또한 그것에 대한 호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부모님 댁에 가는 길 휴게소에서 아이들에게 소떡소떡을 사줬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아들이 떡을 안 먹겠다는 겁니다. 


"너 왜 떡은 안 먹고?"

"배불러서 소세지만 먹으려고"


하지만 고치에 끼워진 순서를 보면

소떡소떡에서 "떡"은 소세지를 먹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떡은 왜 있는 거야."

"떡을 먹어야 소세지를 먹을 자격이 생기는 거야"


지난날 부장님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순간 나는 부장이 되었고, 아들은 내가 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부장님,
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했고

부장님은 성과나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모든 과정이 회사가 실력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명품을 만들어내는 이 과정들이 곧 성과라고 했습니다.


부장님은 당장 내가 보여줄, 우리 임원이 사장님께 보여줄 성과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이 과정이 되기도 했고

그 과정 과정을 쌓아 올려 결과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것은 과정이기도 했고, 또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아니 반대로 그것은 과정도, 결과도 뭣도 아니었습니다.





뭐가 과정이고, 뭐가 결과지?



저는 이제껏 과정과 결과가 다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떡소떡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세지를 먹고자 하면, 떡은 소세지를 먹는 과정이고
떡을 먹고자 하면, 소세지는 떡을 먹는 과정이다.


네, 과정과 결과는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일을 할 때 만들어낸 하나의 성과는 그다음 해 일의 과정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면서 결과를 위해서 노력을 다했지만 남는 것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추억이었습니다.


몇 해 전, 아이들과 영종도에서 게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실수로 게들을 다 놓쳤습니다. 

그때 딸아이가 해준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빠,
그래도 우리는 추억을 가지고 왔잖아



긴 인생에서 보면 우리가 그토록 얻고 싶었던 것들

학교, 직장, 부동산, 부와 명예, 승진 이런 것들을 다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단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는 우리 인생에서 남는 것은 그 과정들 뿐입니다.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이 모여 결과가 되고 그것이 다시 과정이 되는 연속일 뿐이죠


결국 과정이 결과가 되고, 다시 결과가 과정이 되는 

돌고 도는 우리 인생이 아닐까요?



생각이 깊어지자 출출해졌습니다. 그래서 소떡소떡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만나는 그것. 떡일까요 소세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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