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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ul 15. 2023

베스트셀러 작가와 훌륭한 작가

빠블로의 곤충기 아닌 데이터 분석 글쓰기

튀르키예의 남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 위치한 골목길 구석에 펍에서의 일이다.

노랑 불빛 아래,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동양인 남학생과 현지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저는 가수예요."

"와, 정말요? 저는 가수와 이렇게 대화를 나눠보기는 처음이에요. TV에도 나오고 그러시나요?" 
"아니요. 저는 이 도시에서 라마단 기간마다 노래를 하고 있어요. 평상시에는 거리에서 노래를 하죠."

"아, 그렇군요. 저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만 가수인 줄 알았어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면 누구나 가수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은 관객이고요."


노래를 하면, 누구나 가수다


그때까지 나는 노래를 잘해야지만, 가수인 줄 알았다.

따지고 보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나는 학생이었다.

부모님 속을 썩이든, 기쁘게 해드리든 나는 그들의 아들이었고, 지금의 내 아들도 마찬가지이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써야 작가인 줄만 알았다. 책을 출간해야지만 작가가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한번 작가는 영원한 작가인 줄만 알았다. 다음 젊은 작가 지망생과 노 작가의 이야기는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주었다.


젊은 작가 지망생이 나이 든 노 작가에게 물었다.

"선생님처럼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온 힘을 다해 글을 써도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노 작가가 대답했다.
"자네는 지금도 훌륭한 작가이네. 글을 쓰고 있잖은가"

젊은 작가 지망생이 말했다.
"아니요. 그건 그냥 글이 잖아요. 제가 쓰고 싶은 것은 책이라고요."

그러자 노작가가 말했다.
"진심을 다해 쓰고 있다면, 그게 글이든, 책이든 상관 없이 자네는 이미 훌륭한 작가라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글과 마케팅 이 두 가지가 필요하지만,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글 단 하나지."

"자네는 인기가 얻고 싶은 건가?
아니면 작가가 되고 싶은 건가?"


자네는 인기가 얻고 싶은 건가?
아니면, 작가가 되고 싶은 건가?


온 힘을 다해 써 내려간 책이 세상에 나왔다.

평생 동안 기다려왔던 출간의 그 순간,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 줄 알았다.

그리고 새로운 삶이 짠 하고 나타날 줄만 알았다.


그리고 나의 바람대로 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최소한 한동안은 그랬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로 등록된 3대 문고에서 매일매일 검색을 해보았다.


출판 계약서와 인세, OOO 최초 베스트셀러 작가 명함,

출간 사인회의 푯말과 유튜브 영상 모든 것들이 나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자리도, 출간사인회 푯말도, 유튜브 추천영상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다른 사람, 다른 콘텐츠로 바뀌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작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 깨닫게 된 것은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는 그 순간, 책을 쓰면서 동시에 데이터 분석을 하던 그 순간의 내가 진짜 작가였다. 그리고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던 내게 잠시 찾아온 출장길은 다시금 내가 정신이 들게 만들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작가로서의 나의 모습인 것을






출간이 주는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힘들었던 시절 제게 전해주었던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한 마디를 동료 작가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받은 사회의 선물을 다시 사회와 나누는 데 많은 열정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서점 매대 위에 올려진 책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책을 손으로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표지의 촉감을 느끼는 꿈을 꿔봅니다.


이제 꿈은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큰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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