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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an 15. 2024

내러티브가 있는 데이터

데이터 내러티브 구성 4요소

# 1. 데이터와 이야기의 만남


얼마 전 미술관 전시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주차된 차를 못 찾아서 고생한 일이 있습니다.


차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너무나도 넓은 주차장에서 영화나 전시회 시간에 맞춰서 이동하다 보면 주차된 구역을 잊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요즘 대형 쇼핑몰이나 새로 지은 건물에는 주차된 차량의 구역을 검색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습니다. 주차된 위치는 위치 센서와 OCR(광학문자인식)로 인식되어 데이터로 기록됩니다. 이렇게 인식된 차량의 번호와 차량의 위치는 키오스크와 모바일을 통해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 VS. 이야기


주차장 기둥에 쓰여있는 B3, E5와 같은 문자와 숫자를 여러분들은 얼마나 오래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최근에 가본 야외 주차장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주차장 구역이 나눠져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그리고 사과, 오렌지, 바나나와 같은 과일로 분류된 곳이었습니다. 이 주차장에서 내리면 자연스레 "서울에 도착했다.", "바나나를 사러 왔다."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범죄와 관련된 통계자료와 이야기에 대한 발표에서 데이터를 기억하고 있는 경우는 5%에 불과하였고, 이야기를 기억한 경우는 63% 였습니다. [1]


 [1] Made to Stick: Why Some Ideas Survive and Others Die는 Random House에서 2007년 1월 2일에 출판한 Chip and Dan Heath 형제의 책


이처럼 사람들은 차가운 데이터보다는 따뜻하고 감흥이 있는 이야기를 더 많이, 그리고 오래 기억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서 등장합니다. 만일 우리가 바나나를 가지고 있는 원숭이를 설득해서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가 천국에서 무수히 많은 바나나를 먹게 될 것이다”라고 믿도록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원숭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를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원숭이에게 천국을 이해시킬 수 없다


반면에 사람은 다르죠.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이념, 종교, 그리고 데이터를 믿게 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사람들은 데이터를 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들을 조합해서 그 단어를 말하고 설명한다고 해서 사랑, 자유 등 보이지 않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원숭이나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것이죠.

원숭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못한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 주변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제 데이터와 이야기의 대결이 아닌 데이터와 이야기의 만남 관점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데이터 VS 이야기 → 데이터 + 이야기


아부의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기사 한 줄조차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울음소리도, 영양실조로 10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죽는다는 사실도 듣지 못할 것입니다. 아부와 같은 수많은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매년 530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잘못된 일입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미디어에서 세계 각지의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참혹한 현실을 접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일부는 뉴스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그중 한 예로서, 아부(가명)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음식과 같이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제시할 때, 우리는 단순한 숫자와 통계로만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습니다. 아부와 같은 아이의 존재를 강조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때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아부의 힘겨운 삶을 알리는 이야기의 시작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출처 : 컨선월드와이드.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데이터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정보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충분히 준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부와 같은 아이들을 생각할 때, 듣는 사람의 도움의 역할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무작정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하거나 근거 백 데이터를 제시하기에 앞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자연스레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명확히 하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여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렇게 데이터와 스토리를 함께 이어주는 것을 데이터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합니다. 데이터는 단순히 숫자와 디지털 신호를 넘어 이제 스토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사례로 들었지만 실제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없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데이터 스토리텔링의 4가지 구성요소


데이터 스토리텔링에 대해 더 알아보겠습니다. 데이터 스토리텔링을 위해 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한 고유한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내러티브가 무슨 뜻일까요? 들어본 적 있는 단어인데 정확히는 잘 모르시겠죠?


1)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의 차이점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어떤 주제에 대해 수평식으로 전개해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내러티브는 특별한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 대한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전개해 주는 것은 스토티텔링인 반면, 납치된 아이의 아버지 관점에서 본 이 전쟁, 가자지구에 살고 있었던 8살짜리 어린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쟁 내러티브인 것이죠.


기업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고유 비즈니스 영역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중기와 장기 목표 수치, 성장하는 매출과 손익 시계열 데이터만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 스토리텔링, 좀 더 구체적으로 내러티브는 어떤 구성요소들이 있을까요?

인물, 배경, 기승전결, 데이터

데이터 내러티브의 4가지 구성요소인 인물, 배경, 기승전결, 그리고 데이터를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아부의 짧은 이야기로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이야기는 “아부”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뉴스에도 나오지 않을, 기사 한 줄 되지 않을 안타까운 “배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뉴스 기사에 노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사 한 줄도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스토티텔링은  “기승전결”의 극적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 ‘아부’와 같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승) 뉴스 기사 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다.

(전) 영양실조로 10초에 한 명의 아이들이 죽고 있다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문제분석에 자연스레 들어가게 됩니다. 만일 데이터가 없다면 어떨까요? 아부와 같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무척 많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하였지만 그 구체적인 숫자나 규모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도와야 하는지, 아니면 아부라는 특정인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부풀린 것은 아닌지 신뢰하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디테일 정보를 주입함으로써 이야기의 신뢰와 믿음을 주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 데이터 내러티브의 4대 구성요소 : 인물, 배경, 극적요소, 데이터


2) 데이터 스토리텔링 사례


데이터를 활용할 때, 배경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요식업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라는 ‘기’ 상황이 설명됩니다. 두 번째 ‘승’ 부분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분석된 문제 또는 기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식업 트렌드 분석을 통해 탕후루 구매 월별 탕후루 구매액이 ‘23년 1월 1억 8000만 대비 ’ 23.9월 54억 원 규모로 30배 증가하였습니다. [2] 출처 : 매일 경제



또한 배달 애플리케이션 인기검색어에서도 마찬가지로 1월 대비 47.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에서는 여기서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에 대해 전개할 수 있습니다. 간편 포장 탕후루, 탕후루 제조식품의 론칭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기대이익 등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탕후루 매장의 인허가와 폐업점포수 데이터 추세 비교를 통해서 탕후루의 수요와 공급, 어린이 식품 건강에 대한 이슈제기 등, 향후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고 문제점을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3] 출처 :  한경

 

결론에서는 데이터 관점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거나 그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는 배경상황에 맞게 데이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포착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상품의 개발과 같이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제시할 차례입니다.

영양실조로 10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죽는다는 사실, 매년 530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말합니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수의 크기를 반복적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10초 또한 사람들이 인식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여기서 10.8초, 9.8초는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담고 있는 내러티브와 전달 방식입니다.


만일 이런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요?

한 해에 530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합니다. 1년은 31,536,000초(삼천백오십삼만육천 초)입니다. 즉 1초에 0.168명씩 사망합니다. 후원금 월 1만 원을 모금하는 사람들이 1만 명이면 사망자수가 520만 명으로 10만 명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팩트를 데이터로 전달하지만 전혀 공감이 되질 않습니다. 오히려 나 하나쯤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원금을 내고 싶지 않아 집니다.


데이터 + 이야기 + 행동

이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바로 데이터를 통해 소통하고, 상대방의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무턱대고 들이밀기보다는 데이터 내러티브를 통해 인물, 배경, 기승전결, 데이터에 대한 스토리보드를 작성해 보세요.  데이터와 이야기가 만나면 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리고 행동을 더해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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