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경문 Nov 18. 2024

데이터 국부론(THE WEALTH OF DATA)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손’을 위한 새로운 국부론

"한 사람이 철사를 꺼낸다. 다음 사람은 철사를 세우고, 세 번째 사람은 철사를 자른다. 네 번째 사람은 철사를 뾰족하게 만들고, 다섯째는 머리를 붙인다. 이와 같이 핀을 만드는 방식은 18개의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만일 이 일들을 혼자 다 한다면 하루에 20개의 핀도 만들지 못하지만, 10명이 각자 역할을 나누어하면, 하루에 4,800개 이상의 핀을 만들 수 있다."
핀 공장 - 아담 스미스 『국부론』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 나오는 유명한 핀 공장 이야기입니다. 1776년의 이 이야기는 분업의 힘을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역할을 나누고, 효율을 극대화한 덕분에 생산량이 혁명적으로 증가했죠. 이는 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산업 혁명의 문을 열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상을 만든 핵심 원리 중 하나였습니다.


이제,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핀 공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1700년대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오늘날 생산의 원천은 더 이상 철사와 노동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차지했죠. 데이터라는 '디지털 철사'는 각자의 목적에 맞는 맞춤형 정보와 통찰로 가공됩니다.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시각화, 그리고 AI 알고리즘으로 연결되는 수많은 단계는 앞서 소개한 핀을 만드는 공정 못지않게 세밀하고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데이터 공장'은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을까요? 어떻게 데이터를 모으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이 분업처럼 이뤄질까요? 그리고 그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될까요? 이렇게 거대한 데이터 경제의 흐름 속에서 과거 핀 공장의 노동자였던,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산업 경제의 원리를 밝혔듯, 데이터 국부론(The Wealth of Data)은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 새로운 원리를 탐구합니다.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그 여정을 시작해 봅시다.


# AI시대 분업과 시장의 크기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한 핀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분업을 통해 노동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생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잉여 생산물"이라 부릅니다. 이 잉여 생산물은 결국 다른 사람의 잉여 생산물과 교환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환이 반복되면서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등장하게 됩니다. 마치 제가 이 글을 쓰고, 여러분이 읽는 것처럼 서로의 생산물을 소비하는 구조인 셈이죠.

시장의 크기가 분업을 제한한다

하지만 분업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의 크기가 분업을 제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1,000개의 핀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도, 스코틀랜드의 산간 지방에서는 그만큼의 핀이 필요하지 않다. 

핀을 대량으로 생산할 능력이 있더라도, 소비할 시장이 없다면 그렇게 많은 핀을 만들 이유가 없겠죠. 이처럼 분업은 시장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고 제한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대 자본주의 시대에는 식민지 개척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잉여 생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수요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죠.


이제 오늘날의 AI 시대를 생각해 보시죠.

산업 시대의 "시장 크기"는 "데이터의 크기"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적은 플랫폼은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할 수 없고, 데이터가 부족하면 AI 알고리즘도 제대로 학습할 수 없습니다. 이는 곧 AI의 성능 저하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알고리즘 역시 시장의 크기에 제한을 받는 것이죠.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가 빵을 팔아 돈을 벌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자원 배분의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이기심과 영리 활동이 자유 시장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이끈다는 뜻입니다. 


AI와 데이터 경제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합니다. 우리가 유튜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구글의 자비심 때문이 아닙니다. 구글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며,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이것이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근대 자본주의 시대에 시장의 크기를 확장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데이터 식민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전 세계 인구는 거대 빅테크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이자, "데이터 자원의 원천, 금광"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데이터 식민지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 종속과 알고리즘 지배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애덤 스미스가 산업 경제의 원리를 탐구했던 것처럼, AI 시대의 데이터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리와 한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AI시대 분업은 과연 어떤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노동에 의해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은 어떠한 위기와 기회를 맞게 될까요?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함께,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Critique of Political Economy)』에서 얻는 "분업과 분할, AI에이전트의 탄생", "보이지 않는 손과 알고리즘"  등 지혜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