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이 아닌, 일에 대한 인간 주도성을 고민해야 할 때
천하제일 입코딩 대회 (with GitHub Copilot)
요즘 “말하면 코딩되는 시대”라는 표현이 더는 과장이 아닙니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형 AI인 MS Copilot을 활용해, 사람이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대회를 열었습니다. 과거에는 파이썬이나 자바 같은 언어의 문법을 익히고,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는 것이 개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일상의 언어로 “이런 기능을 가진 서비스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생성해 주는 환경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포스코 그룹은 전통적인 개발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로톤(ZEROthon)’ 같은 바이브 코딩 대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조·건설·무역 등 각 도메인 지식을 가진 비개발자분들이 Cursor, Replit, n8n, MS Power Platform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하루 만에 현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는 방식입니다. 기획부터 개발, 배포까지를 AI가 보조하는 도구들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AI 기반 코딩 도구가 등장하고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누구나 개발(Programming)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린 학생이 Cursor AI로 챗봇을 만들었다는 사례 이후로, 이제는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간단한 서비스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많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사내 데이터·AI 경진대회를 열며 조직의 AX(AI Transformation)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진대회는 구성원분들께 AI 도구를 직접 활용하는 실전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큽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낮추고, “우리 조직에서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과 상상력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발자 출신이 아닌 현업 실무자분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도구를 선택해 해결책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AI를 ‘남의 기술’이 아니라 ‘내 일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구조적인 설계가 꼭 필요합니다. 대회 결과를 단지 수상작 중심으로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현업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뒤 후속 실증(Pilot)과 개선(Iteration)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진대회가 기술 전시장이 아니라, 조직 혁신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활동의 진짜 목적은 “조직 내부에서 AI가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과제”, 다시 말해 지속 가능한 제품(Product)이나 솔루션(Solution)을 발굴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과제를 선정하면 안 됩니다. 현장과 실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AI를 어떤 목적과 맥락으로 바라보는지,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을 개선하고 싶은지부터 반영되어야 합니다. 코딩이든 바이브 코딩이든, 새로 나온 도구에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은 경계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사람과 일’의 관점에서 “업무(Task)에 대한 인간과 AI의 역할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집중하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맥락에서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Stanford HAI)의 「The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2025)」 연구는 매우 실용적인 시사점을 줍니다. 이 연구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자동화(Automation)하거나 증강(Augmentation)할 수 있는 업무를 정량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Can-do)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Should-do)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함께 평가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연구진은 약 104개 직업과 2,131개 업무(Task)를 분석해, 각 업무의 자동화 가능성과 사람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각화했습니다. 핵심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업에서 실제로 필요한가(Need)?” 둘째, “현재 기술로 가능한가(Feasibility)?”입니다. 과제를 선택하실 때는 이 두 질문을 반드시 동시에 던지셔야 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업무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1 사분면(Green): 기술도 가능하고 현업 니즈도 높은 과제
이 영역은 단기간 내 시범 적용이 가능한 ‘우선 추진 과제’입니다. 예컨대 보고서 자동 생성, 반복 이메일 분류, 고객센터 챗봇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품질관리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품질 데이터를 점검하고 보고하는 업무, 세무사가 상담 일정을 조율하는 업무, 엔지니어가 반복적으로 리포트를 읽고 해석하는 업무처럼 규칙 기반의 반복 작업이 대표적입니다.
2 사분면(Red): 기술은 가능하지만 현업 니즈가 낮은 과제
이 영역은 기술이 ‘해결할 문제를 찾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 구성원분들이 아직 AI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죠. 예를 들어 한 유통업체가 재고 예측 AI를 도입했지만 현장 담당자들이 예측 결과를 신뢰하지 않아 활용도가 낮았던 사례처럼, 기술보다 사용 목적과 신뢰 형성이 먼저입니다.
3 사분면(Yellow): 기술은 미성숙하지만 현업 니즈는 높은 과제
당장 자동화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지만, 현업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업무가 몰려 있는 영역입니다. 건설 현장의 위험 예측, 법률 자문, 복잡한 설계 검토 등이 이에 가깝습니다. 이 영역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투자와 기술–업무 협업 구조가 필요합니다. 즉, AI를 ‘대체자’가 아니라 ‘보완적 파트너’로 설계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4 사분면: 기술도 어렵고 니즈도 낮은 과제
AI가 처리하기 어렵고, 현업에서도 굳이 자동화를 원하지 않는 업무들입니다. 도입 우선순위에서 가장 뒤로 미뤄야 하는 영역이며, 당장은 보류하거나 신중히 필터링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기술 발전이나 업무 환경 변화에 따라 미래에 재검토할 가능성은 열어두셔야 합니다.
이 통찰은 조직의 AI 경진대회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경진대회는 참가자분들께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지만, 수상이라는 ‘점’으로 끝날지, 조직을 바꾸는 ‘선’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전략에 달려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입상 여부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에 가치를 남기는 것은 현업에 실제로 적용되고 유지되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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