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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15. 2021

생각만 해도 가슴 뛰게 하는

꿈은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지

꿈은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지

                                                                                             「애니메이션 '짱구' 아빠 신영만」



'은메달도 잘했다. 은메달도 한국 최초니까.'


"상황이 워낙 너무 불리해서 약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힘들게 준비한 그런 시합인데..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제가 제 자신에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으려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뇌었던 것 같습니다."


 -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박상영 선수의 인터뷰 中 -


올림픽 펜싱 결승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쳐내 국민 스타가 된 박상영 선수 느닷없이 그가 '할 수 있다'라고 되뇌는 장면이 떠올랐다. 피곤한 월요일 잠자리 이불속에서.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이불을 박차고 책상에 앉았다. '할 수 있다.'라는 주문과 함께

그리고 나의 할 수 있다 주문은 또 다른 행운을 불렀다.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를 되뇌는 장면 < 출처 : SBS >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회사 동료 중에 훌륭한 작가 한 분이 계시다.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면서 털어놓았다.

혼자서 글을 쓰고 있노라고, 나도 과장님처럼 책을 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정말요? 그럼 제가 도움을 드릴게요"


그는 흔쾌히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다시 상담을 요청했다.


안 그래도 나에게 주려고 작가가 되는 방법을 손수 정리하셨다고 했다.

"책 쓰기 One-Day Class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우와! 좋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처음에는 책의 주제를 정하라.

다음은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정하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세세한 코칭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는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특히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과장님이 책을 낸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말릴 거예요, 네가 무슨 책이냐? 그거 돈 돼? 라며"

그런 부정적인 말들은 모두 무시하라고 했다. 심지어 가족들도 그렇게 말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과장님만 포기하지 않으면 돼요
포기하지 마세요

난 그 날 이후 또 며칠간 방황했다. 목차를 정하기 어려웠다. 졸릴 때는 그냥 누워서 유튜브나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말이 떠올랐다. 과장님만 포기하지 않으면 돼요. 반차를 내고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다시 내 책을 상상했다. 순간 두려움이 가장 먼저 내 꿈의 팔을 비틀었다.


'남들은 이렇게 잘 썼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내 책을 안사면 어쩌지?'

'내 삶을 비웃지는 않을까? 포기할까?'


또 발동했다. 완벽주의,, 사실은 허접하면서..

남의식 전문가.. 남한테 그만 좀 인정받으려고 해라..
혼자서 혼을 냈다. 어이구 자기 자신한테도 혼나는 녀석이 뭘... (이거 좀 아닌데)

나는 상상한다. 내 책이 완성되어 있는 모습을.
빳빳하지만 부드러운 책의 감촉을 느낀다.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편안한 파스텔 톤의 겉표지를 열면 작가 소개가 쓰여있다.


느낀다. 들린다. 본다.

한 발 떨어져서 보니 대형서점의 매대 위에 진열된 모습. 그 뿌듯함.

나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내 삶과 생각이 우리 자식들에게, 후대에 전달된다.


이것은 남한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정부에서 주는 상, 회사의 인사고과와 같은 차원의 결과물이 아니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하얀 종이 위에 찍힌 작품인 것이다.

출판은 생각에 생명을 부여하는 숭고한 행위이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해낼 수 있다.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는 일이 있나요?
종이에 그것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편안하게 커피 한잔 해요.
그러면 마법처럼 몸은 꿈을 향해 저절로 움직여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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