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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an 15. 2021

PIAZZA NAVONA

아무도 당신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로마에는 '나보나(Navona)'라는 이름의 광장이 있다. 



   로마에는 콜로세움을 비롯하여 판테온, 트레비 분수처럼 인기있는 관광지가 많다. 

하지만 평생에 기억에 남는 나만의 장소는 작고 왜소한 광장 나보나이다.

나보나 광장은 작지만 낭만이 있다.
초상화를 그리는 거리의 작가들.

마임을 선보이는 이들이 관광객의 이목을 끈다.


이곳에서 단연 인기가 있는 존재는 손가락 인형극을 선보이는 할아버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곱슬머리의 할아버지는 다소 마른 체격이다. 

코는 또 어찌나 긴지, 로켓 같다. 코 밑에는 콧수염은  로켓에서 나오는 불꽃. 


해가 지며 땅거미가 질 무렵 시작되는 그의 인형극. 

나보나 광장은 주황과 노랑 사이의 백열등 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젊은 이와는 다른 인생의 완연함이 손가락 끝에서 느껴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형극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인형극이 시작되자 하나둘씩 관광객이 모여들었고 꽤나 흥겨운 공연이 되었다. 

주연과 조연은 왼손과 오른손이 번갈아가며 맡는다. 


감독도 조명도 음악도 모두 그의 몫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평생을 갈고 닦은 그의 손가락 인형극이 막을 올린다.

세계 각 국의 관광객들은 말 그대로 "객(손님)"이 된다.

나보나 광장의 인형극은 그가 "주인"이다.


나도 뭐가 그리 감동적이 었는지 학생 여행객으로서는 거금인 지폐를 팁 통에 넣었다.

그는 나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고, 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Just be yourself and nobody will ever be able to tell you that
 you've done it wrong.

항상 당신의 방법대로 살아가십시오. 아무도 당신이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15년 전 광장에서 본 인형극은 나에게 평생의 가르침을 주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인생을 살지 말라고.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이미지를 쌓으려고 했고, 나의 색을 주변에 맞춰 보호색을 만들었다.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난 그렇게 나를 바꾸려고만 했다. 


잊었던 것이다. 그 소중한 가르침을..

세상에서 당신의 삶과 똑같은 인생은 하나도 없다.
인형극을 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던지, 

아무도 보지 않는 소소한 글쓰기를 15년째 이어 오던지,
아무도 당신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내 인생을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주변에 방해꾼들, 오지라퍼들, 시기와 질투로 찬 사람들, 늘 안될 거라고 말하는 누군가

그리고 나를 지지해주는 소수. 인간의 심리는 늘 그렇다. 

그들이 나쁘거나 유별난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


세상에서 나에 대한 사랑, 걱정, 고민을 가장 많이 해본 전문가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인 것이다. 


불쑥불쑥 끼어드는 조연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일일이 듣고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크고 웅장한 콜로세움이 되기를 꿈꾼다. 

로마가 수백수천 개의 콜로세움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과연 아름다울까?

나는 크고 웅장한 콜로세움보다는 작지만 그것만의 이야기와 낭만이 있는 나보나 광장이 좋다.


(나보나 광장의 할아버지는 근데 이름이 뭘까..? Marcel?)

그라찌애 마르쎌!


당신의 광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나요..?
항상 당신의 방법대로 살아가십시오. 아무도 당신이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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