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무서운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요 근래 보면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은 부자가 되지 못하고,
자기 꿈도 실현하지 못하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
물론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기업의 형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10년을 다닌 중소기업 형태의 영세한
사업체에서 부자는 될 수 없다.
잘해봐야 연봉 7천 정도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연봉에 녹여야 하는 내 삶은 너무나도
가혹하기에 짧고 굵게 잦은 이직으로 연봉을
뻥 튀기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현명하다
생각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중소기업을 돌아다니다 보면
더 이상 마지노선의 다다른 몸 값은 애물단지가 된다.
거기에 나이까지 찬다면 말 다했다.
잘 풀려야 비슷한 기업체의 상무, 이사로 대표에게
아량을 부리거나 능력을 사용해 똑같은 중소기업
대표가 되는 정도가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문득 입대한 이등병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배치 이후 신입 병사들을 위해
대대장과의 면담을 갖는 시간이 있다.
어김없이 나오는 종이컵에 타진 믹스커피로
꽤나 분위기 있는 시간이다.
당시 대대장은 잔뜩 얼어 있는 나와 내 동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다. 힘든 군생활이지만
결국은 지나갈 시간이기에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길 바라네"
그리고 바로 중대로 복귀해 환영식을 가졌다.
거기엔 약 100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선임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야 신병,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
"네!"
"여기 사람 많지?"
"네!"
"이 사람들 다 가야 너 집에 간다"
"…..."
"막막하지? 눈 감아봐, 그게 앞으로의 니 미래야"
진짜 깜깜했다.
순간 대대장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따위의 말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스무 살의 내가 눈을 감고 떠올린 미래는 무서웠다.
하지만 서른셋의 지금,
눈을 뜨고 있는데도 막막하다는 사실이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란 나 자신이
원망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미래를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