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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작가 Apr 01. 2023

앞전 프로필 사진은 버리세요, 이제

나다움은 자연스러움

 앞전 프로필 사진은 버리세요, 이제



글로성장연구소 디자인팀 단톡방에서 차후 오픈할 강의 커리큘럼 제작을 위해 내 프로필 사진을 보냈다.

이번에 새로 찍은 프로필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이의 호응이 좋았다.

특히 한 사람은 '앞전 프로필 사진은 버리세요 이제'라고 톡을 날렸다.

나랑 워낙 친해서 내 마음과 같나 보다.


일 년 넘게 나답지 않은 프로필 사진을 써야만 했다.

그 사진은... 정말 나 같지 않다.

예전 프로필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 속 인물의 정체성에 의문이 절로 든다.

아래가 바로 그 문제의 사진이다.


저기요... 누구... 세요...?


평소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난 자연스러운 걸 너무 좋아해서 강의할 때도 평소 즐겨입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강의하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이를 필영작가가 극구 반대 중이다)

어디까지나 내 희망사항이다.

하나 내 첫 프로필 사진은 정확히 그 반대쪽을 향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프로필사진을 이곳저곳에 사용해야 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이번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미리 여러 사진을 찾아보다가 자연광에 자연스러움이 흠씬 묻어나는 한 작가의 사진을 보자마자 꽂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거라고.

사진작가님께 참고하시라고 문자로 보내드렸다.

그리고 촬영 날, 두근거림을 안고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서 함께 이번 책 작업을 한 미야작가와 이루리작가를 만났다.

사진 촬영이 그렇게 재미난 건지 몰랐다.

프로필 사진은 두 번째 찍어보지만, 누군가와 함께 프로필 사진촬영을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몇 시간이라는 촬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고, 각자 개인 촬영 후 셋이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좌-미야작가, 가운데- 나 , 우- 이루리작가


하루가 지나 사진작가님이 사진이 나왔다며 카톡을 보내주셨다.

현장에서 함께 고르긴 했지만 보내셨다는 이메일을 클릭하러 가는 동안 기대감에 가슴이 뛰었다.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열자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화면에 떡하니 펼쳐졌다.


부천 '외양간 스튜디오'에서


데헤헷.

그래.

이게 나지.

조명발을 받아서 좀 더 뽀샤시하게 보이는 거 빼고는 이제야, 비로소 나답다!


더불어 이번 기회로 눈썹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지인 하나작가가 내 사진을 보더니,



"언니, 제가 눈썹을 좀 넣어봤어요.
이거 조금만 보정해 달라고 요청해 보세요."



라고 말하며 보내주는데... 완전 인상이 달라보는 게 아닌가!

눈썹의 위력에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마치 엄청난 통찰이라도 얻은 듯 눈썹이 보정된 사진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보았다.

나는 태어나서 45년간 눈썹이라는 걸 내 손으로 그려본 적이 없었다.

메이크업을 받아야 할 때는 전문가분이 알아서 해주셨고, 그 횟수도 잦지 않았기에 지금껏 내 화장 순서에 '눈썹'을 그리는 절차가 아예 없었다.

따라서 눈썹을 그리는 도구조차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눈썹의 중요성에 뒤통수를 후려 맞고는 단톡방에 다들 눈썹 그리는 도구를 어떤 브랜드 제품으로 쓰시냐고 여쭤봤는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다들 눈썹 문신을 추천하시는 게 아닌가.

아... 생각도 못 해본 영역이다.


결국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추구하던 내가 미(美)를 위하여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반영구 눈썹 문신 전문가를 찾아 헤맸고, 다음 주에 생전 처음 눈썹 문신을 받기로 예약했다.

겁이 나서 식은땀이 흐르는 건지, 감기 기운에 땀이 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긴장되는 건 사실이다.

이런 나를 보면서 느낀다.

내 안에 있는 유연함이 이 얄팍한 소신을 제쳤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던 나의 소신이 생각보다 옅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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