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여운이 남는다
아픔이 진동한다
'흐흑 흐흑 흐흐엉'
이렇게 울었다, 분명.
눈을 뜨고도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끊임없이 흐느꼈다.
태어나서 이렇게 구슬피 울어본 게 얼마만인지.
나이가 들면서 조용히 훌쩍이기보다는 통곡하거나 오열해야 했던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왜 그랬을까.
어른이라는 이유로 태연한 척, 의연한 척하며 살아야 하는 날이 켜켜이 쌓여갔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원한 내편'일 거라고 여겼던 한 사람이 오늘 내 꿈속에 나타났다.
그 사람이 내 꿈에 나타난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몹시 사랑했고 그래도 든든한 버팀목 같았는데 왜 그리 꿈에서조차 얼굴 한 번을 내비치지 않았던 걸까.
매정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꿈속에서 그가 내게 던진 한 마디가 선연히 머릿속을 떠다닌다.
네가 너무 무능력하잖아!
일순간 뜨거운 무엇이 내 양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를 타박하는 그를 보며 할 말을 잃었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울분이 이어 왔다.
부들부들 떨림이 온몸을 휘감았다.
내가 무능력하다고?
딸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면서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리 말할 수 있어?!
꿈속의 나는 그에게 악을 지르며 눈물을 흩뿌렸다.
눈 하나 끔뻑하지 않는 차가운 그의 모습이 날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내가 지른 분노는 그 앞에서 작디작았다.
곧바로 허공에 버려졌다.
악바리처럼 소리 질렀으나 초라했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나는 깡마르고 여려 보였다, 마치 소녀처럼 말이다.
그 작은 소녀의 눈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내게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너... 깊은 슬픔에 빠졌구나.'
그 아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나였지만, 소녀의 산산조각 난 마음이 내게 들어왔다.
내 가슴이 서서히 저미어왔다.
이내 짭조름한 물이 옆으로 흘러내려 베갯잇을 적셨다.
입에서는 고통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을 슬며시 뜨고 나서도 잔상이 아른거렸다.
난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덮고 이내 일곱 살 아이처럼 엉엉 울어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십 여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을 끄집어내니 눈가가 붉어진다.
마흔하고도 중반에 왜 그렇게 아이처럼 울었는지 모르겠으나 쑥스럽진 않다.
그저 아주 오랜만에 슬픔의 밑바닥까지 헤엄쳐 들어갔던 것 같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어른이라는 사람에게 이런 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채 다스릴 여유도 없이
어제 다 마른 빨랫감을 개야 한다며 분주히 몸을 추스르거나,
여덟 시를 향해 걸어가는 다리가 긴 시곗바늘을 보고는 아이 등원을 준비하는 일상으로 스스로를 욱여넣거나,
남편이 흠뻑 젖은 속눈썹을 볼까 봐 서둘러 눈물을 훔치는 배려 따위 없이,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온전히 빠져드는 날 말이다.
목놓아 울었으나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한 그런 순간.
내 슬픔을 충분히 만끽하는.
내 안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나와 맞닿는 밤과 낮.
- 23년 4월 24일 오전 7시 12분, 꿈에서 깨어나 적어 본 나의 첫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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