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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작가 Oct 19. 2022

브런치 글 발행을 해야 하는데 대체 뭘 쓰냐고...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다



독자를 만날 시간이라는 브런치 알람이 왔다





하아... 어쩌라고... 오늘은 쓸 글감이 없다고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알람 기능이 좋기도 하면서 어떤 때에는 '컥'하고 나의 숨통을 조이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흠... 오늘은 뭘 쓰지...?'


일단 질펀한 궁둥이를 노트북 앞, 의자에 붙여본다.

흐릿한 시선은 앞을 바라보고 있긴 하다.

머릿속은 벌써 지쳐있고, 나의 동공들은 동태 눈깔처럼 퀭하다.


요즘 나의 정신세계가 '우리에게도 휴식을 달라!

이 봐 주인장, 거 보이지 않는 뇌라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오?!' 라며 나에게 시위를 벌이고 있던 터라 마땅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긴, 요새 일이 많긴 했지...'



순간 그동안 내가 해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사 정리, 다음 주 결혼식 준비(스몰웨딩이라지만...), 그 사이에 남편과의 신경전으로 에너지 소모, 글쓰기 강의 준비, 심리대학원 스터디, 너무 중요한 LH 청약 서류 준비와 접수, 한 달 중 꼭 한 번은 찾아오는 여자의 마법의 날까지...

솔직히 난 심신이 방전 상태이다.  




이렇게! 출간한 작가도 지치고, 소재가 떨어질 때가 있단 말이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 지 2주가 되었다.

수강생 분들 중 지금의 나처럼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꽤 계신다.


"작가님,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그분들께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글을 '독서로 습(習)한 나'이기에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무모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책만큼 좋은 교재이자 강의도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난 나의 본능적인 감과 기본, 둘 모두에 기반하여 충실히 지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라고.

명서들을 정독과 재독을 해왔기에 어떤 글이 좋고 무슨 문장이 와닿는지는 느낄 수도, 분별할 줄도 안다.


책임감은 항상 지니고 사는 사람이라 이 수업을 오픈하기까지 김필영 작가님과 단단히 준비를 해왔다.

필영 작가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르고,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기에 찰떡궁합이다.


내가 후천적 작가라면, 그는 내가 인정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글쟁이'이다.

그에 비해 '난 트렌드에 따른 기획과 아이디어 발상, 글을 보는 눈, 마케팅에 쬐큼 능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반면 필영작가와 나에겐 공통점도 있다.

우리 둘 모두 브런치를 단 한 번에 합격한 작가이자 에세이 단독 저서 출간 작가이다.

우리의 인연은 세바시 글쓰기 전공 FT에서 시작되었고, 두 사람 다 세바시 글쓰기 FT를 1년간 맡아왔다.

또한 독서와 글쓰기에 진심이다.



이런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누군가를 제대로 된 작가'로 양성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우리에겐 확고하다.


하지만 실력이 입증된 출간 작가들도 소재의 고갈 혹은 글발이 당기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떻게 항상 글을 잘 쓸 수 있겠는가?

그럴 때마다 난 이것을 떠올린다.




세상에 완벽한 글이 어딨어?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데...



과연 어떤 작가가 항상 만족스러운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글을 쓰는 이유, 본질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또한 그 만족의 기준점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한참 하고 난 뒤, 나는 곧바로 글을 묵묵히 써 내려간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얼마든지 우리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올 수는 있으나, 그 욕심이 마음까지 장악하게 두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 아이가 끝도 없이 활보하게 놔둬버리면 '완벽주의'까지 소환해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완벽주의'는 모든 도전과 학습, 자기 발전에 있어 태산만큼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나와의 약속, 나의 글, 나의 독자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 한 꼭지를 발행해본다.

딱히 쓸 말이 없어도 난 '쓰는 행위'를 한다.

다양한 수식어구, 품격 있는 어휘, 칼날처럼 뇌리를 파고드는 인상적인 문장이 없을지라도 그냥 글을 쓴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쌓이면 결국 나와 글 모두 나아질 테니.

그리고 이 쓰는 습관이 글쓰기를 더욱 애정 하게 만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작가가 갖춰야 할 태(態)'이다.


지금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그냥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면 어느새 글이 되어 있는 놀라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사이에 나도 나 자신과의 글 발행 약속, Mission Clear!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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