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리나 작가 Nov 27. 2022

당신의 Mr.right

서로의 right이길...


어젯밤 책을 읽다가 한 구절에 꽂혔다.



그 남자는 너에게 Mr.wrong이었구나.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가 Mr.right이겠지.



옳다.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누군가를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다'라고 딱딱 규정지을 수 없다.

아니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됨됨이까지 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동등한 인간이고, 인간은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결이 다르기에.

물론 예외의 경우는 하늘이 벌하고 법이 처벌할 것이다.


이미 잘 알면서도 그럼에도,

우리 입방아에 늘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연인 또는 배우자'일 것이다.

어쩜 그리 애인이나 배우자는 대화 주제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지 이 정도면 단골 안주거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때로는 설렘을 안고 그린라이트인지 확인하고자, 때론 열받아서 울분을 토하기 위해, 혹은 머리털 빠지기 일보직전이라며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우리는 나와 짝짜꿍이 잘 맞는 누군가를 열심히 찾는다.

그리고는 근질근질거리 입을 열고 침을 튀겨가며 말하거나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이성이 이야기의 화두가 되는 이유는 이렇게 다양하다.




책을 읽다 멈추고 문뜩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내 남편에게 Ms.right일까?'  



식탁에 앉아 책을 읽던 나는, 고개를 돌려 거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남편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로 걸핏하면 글을 끄적이고 있는 왕초보 작가인 내 남편은 '글을 쓸 때는 말을 걸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라며 그에게 자꾸 말을 거는 25분 전에 엄포를 놓았다.


2주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생초보 작가인데, 브런치 글을 발행할 때 임하는 자세를 보면 거의 20년 차 작가 수준으로 행동한다.

그런 남편을 구경하는 것이 요즘 일상의 꿀잼이다, 손안에 팝콘만 없을 뿐.

' 놔~ 웃겨! ㅋㅋ  이 정도면 작품을 한 아홉 편 정도 출간한 작가 아니야?'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말하면 이 재미를 놓칠 테니까.



여보~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분명 말을 걸지 말아 달라고 좀 전에 말했는데 난 또 그에게 무심결에 말을 걸어버렸다.   

이 정도면 짜증을 내겠구나 싶었는데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눈알을 위로 치켜뜨고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그 모습이 다소 꺼벙해 보였으나 그는 나름 진중하게 답찾는 듯싶었다.




당신이 살아오는 동안 했던 당신의 선택과 가는 길이 선했어.
그래서 이런 사람이면 인생을 함께 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당신을 사랑하게 됐지.

 


무심코 던진 질문에 생각보다 심오한 답변이 날아와서 깜짝 놀랐다.

그의 말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또 질문했다.


나: 내 선택과 길이 왜 선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의 '하다'는 기준이 뭔데?


남편: 당신 인생에서 선택의 기로마다 했던 생각, 아이들을 위해 본인의 바람을 포기한 거, 무언가 선택할 때 생각하는 방향. 그런 길이 다 선하더라고.

내가 생각하는 '선(善)하다'의 기준은, 결정적인 때 자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야. 

자기가 그렇더라고.


나: 하지만 나 그때 많이 안 좋았잖아.


남편: 당신 많이 힘들었지. 그런 당신의 선택을 주변에서는 못마땅해하거나 한심하다고 여겨서 당신이 그 당시 '화(火)'가 많았지. 아니 화가 많을 수밖에 없었지, 그들에게 서운하고 속상하니까.

다른 사람이 그 당시 당신 입장이었어도 분했을 거야. 그런데 난 그런 선택을 한 당신이 좋았어.  

당신은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거든.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편의 대답에 몰랐던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 것 같아 새삼스럽다.

비교적 나 자신을 꽤 잘 알고 있는 편인데도, 그의 대답은 신선하다 못해 내게 크나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때로는 자기 자신보다 제삼자의 눈이 정확하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워진 주관이 있기에 상황에 따라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가슴이 벅찬 나는 남편에게 슬그머니 다가가서 뒤에서 그를 꼬옥 껴안으며 속삭였다.



자기야, 고마워!
당신이 날 그렇게 봐주었기에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
 당신은 내게 있어 세상 최고의 남자야.


풋... 내가 한 말이지만 정말이지 달콤한 사랑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내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 반응? 입술이 아니라...?'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향해 손을 뻗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굳센 악수를 나누었다이다.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 가 복숭아나무 밑에서 '도원결의'를 맺은 것처럼 말이다.



가즈아! 이렇게 평생 함께 해보자!
아즈아!


도대체 인생을 함께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로맨틱함이 창 밖으로 내팽개쳐진 건지...

그 이유는 당최 알 수 없다만,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만큼은 진하게 남는다.


그에게는 '선한 길을 가고 있다'는 내가 Ms.right이었나 보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해 준 남편에게 몹시 감사하다.


손에 쥔 것은 먼지뿐이요, 내 가족마저 나에 대한 절망으로 거리를 두었을 때 그는 되레 내게 다가왔고, 나를 가슴으로 품어주었다.

건 젊은 객기의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이 남자 덕분에 난 인생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주섬주섬 챙길 수 있었다.



나에게는 내가 선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지금의 남편이 '나의 Mr.right'이다.




당신의 Mr.right은 누구일까? 아니 당신은 누군가의 right 인가?

당신이 연애를 하고 있다면 지금 교제하고 있는 그 사람이길, 결혼을 했다면 현재의 당신 배우자가 Mr. 혹은 Ms.right 이길 바란다.


당신이 이것만은 꼭 기억했으면 다.

Mr. or Ms.right을 찾고 있다면 당신도 누군가의 right이 되도록 마음 준비와 채비를 해야 할 것이다.


어제 다녀온 세계적인 사진작가 '파울로 폰타나'의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사물 전체를 취하지 않고 눈앞에 있는 현실의 한두 조각만 취하며 그 외의 것을 장면에서 제외한다.
물체의 전체 형태를 담기보다는 그것들이 겹쳐지는 특정 부분을 확대하여 그 안에 있는 공간, 부피 및 조형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이 설명글을 읽다 보니 서로의 right을 찾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었다.


상대에게 전부를 바라지 말고 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동일한 한두 조각만 취하며 그 외의 것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의 신념과 맞닿았던 그 한두 부분을 두 사람이 함께 깊이 있게 키워가다 보면 어느새 서로가 찾던 그 사람(the one)이 되어 있지 않을까?  

바로 나의 Mr.right, Ms.right 말이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다.
인연이란 찾아내기보다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살아보니 어느 한쪽만 right인 관계는 오래가기도 어렵고, 마음에 드는 짝을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도 어렵더라.



- The End -



매거진의 이전글 사는 게 '괜찮은' 사람은 안 읽어도 되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