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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Feb 22. 2024

'존버'를 하든, 일단 버티고 봅니다.

삶을 살아가는 가장 단순한 원리이자 진리.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그중에서 런닝맨, 놀면 뭐 하니처럼 타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예능보다 유퀴즈나 핑계고처럼 게스트를 앉혀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토크쇼를 좋아한다. 토크쇼의 진행자라면 게스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설득되도록 하는 게 그의 몫일 텐데 유재석은 그걸 참 잘한다. 능수능란하게 여러 주제를 오가며 게스트가 편하게, 때론 진솔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걸 서포트한다. 괜히 1n년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 핑계고와 유퀴즈를 보다 보니 유재석이 하는 말 중에 반복되는 말이 있다고 느꼈는데, 그중 하나가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공하려면 버텨야 하고, 삶을 잘 살아내려면 버텨야 한다. 어제 김지영 아나운서와 이야기할 때는 '비가 오더라도 비를 맞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요는 어떤 시련이 와도 꿋꿋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유재석이 의도라기보다는 게스트로 나올 수 있을 만큼 한 분야에서 성과를 얻은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즉 부족하고 어설펐을지라도 현재 자신의 분야에서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위해 함양한 태도가 바로 '버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재석도 다르지 않다. 후배들이 유일한 놀림감으로 삼는 '연예가중계 생방'시절의 그는 모든 멘트를 절고 마이크를 잡은 손을 덜덜 떨었지만 이젠 업계 정상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여유로워 보인다. '버티는 삶'을 누구보다 증명하듯 살아온 그이기에 옆에서 공감하고 한마디를 덧붙이는 게 납득이 간다.



어제 유퀴즈를 보면서 또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반쯤은 막막하고 반쯤은 안도했다. 이 기묘한 감정도 최근에 생긴 것이지 처음엔 답답함뿐이었다. '인생은 존버'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는 시대이지만 삶이 '버텨야'할 만큼 힘들고 지난한 것이어야 하는지, 인생의 본질에 회의감을 가졌다. 그리고 왜 꼭 버텨야 하지? 버티는 건 보통 하기 싫은 걸 버틴다고 하지 않나? 하고 싶은 일을, 좋은 시간을 버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납득이 가더라. 그냥 흘러가는 삶도 일상의 사소한 골칫거리와 무료함을 버티는 것에서 시작되고, 성공을 하려면 그 과정과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운동을 하든 글을 쓰든 처음엔 자신이 '조빱'이라는 현실을 버텨야 하고 과정 중에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하중과 노력을 더해가며 버텨야 한다. 결국 모든 건 버티는 것이었다. 본인이 욕심내는 것을 제대로 버틴 자는 그만큼의 보상을 받고 아니면 경험을 얻는다. 이 원리를 내 삶에 적용해 보니 '결국 이 방법 밖엔 없구나'하는 막막함과 '그래도 버티면 뭐라도 얻는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 것이다.


또 다행스러운 건 '버티는' 시간 동안 꼭 답답함과 불안, 자괴감과 질투만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는 순간도 있고 '와, 그래도 이만큼이나 쌓아왔다'며 자존감을 획득할 수도 있다. 처음의 막막함은 버티는 시간 속에 내게 조금씩 문을 헐어준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어떻게든 조금 더,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아마 유재석도, 유재석과 함께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그걸 겪어봤기에 '진짜 아니다' 싶어도 한번 더 도전할 마음이 생긴 거겠지.


갈수록 삶을 사는 방식이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원리는 진리라 할 만큼 단순하지만, 편법과 요령이 난무하는 시대에 지키기엔 무식하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겪어본 자들이 저 앞에서 "그 길도 괜찮아, 나도 그렇게 해봤는데 힘들어도 결과는 나오더라"하는 게 위안과 용기를 준다. 모든 사람들의 방식이 같을 순 없어도 나도 정도를 가보련다.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저도 가보고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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