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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y 29. 2024

절대반지 말고 절대미감을 갖고 싶어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살다 보면 다양한 재능 앞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노래를 기똥차게 잘 부르고(오디션 프로를 보면 한국 인구 절반은 노래에 재능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버려진 재료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능력이 있다. 누군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체능력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한 문장으로 인생사 희로애락을 전부 느끼게 한다. 부러움을 사는 대상은 예체능 쪽에 쏠려있기 마련인데, 내가 근래 부러워 못견디는 대상은 바로 미적 감각을 보유한 사람이다. 


미적 감각이 뭘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를 추구한다는데 모두가 미적 감각을 갖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미, 추에 대한 기준만 어슴프레 있을 뿐 이게 예쁜지, 저게 예쁜지 선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내 손으로 만들려면? 어려움을 넘어 곤란할 지경이다. 분명 인스타, 유튜브, 팝업 스토어에서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걸 본 적은 많은데 실제 구현하려 손을 대보면 왜 전문가의 영역인지 단번에 느낀다. 게다가 어설픔은 촌스러움과 한 끗 차이라 제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만든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살면서 예술작품을 만들 일이 없는데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인테리어, 사진 찍기, 다꾸 등 미적 감각이 활용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그중 사진에 대해 얘기해 볼까. SNS가 대중화되며 요즘 세대치고 사진 못 찍는 사람이 얼마 없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 갤러리를 한번 들여다보실까요.. 며칠 전에도 여행 때 찍어온 사진을 공유하며 지인들과 한참 웃었는데, 여행 당시엔 목적도 있고 노력도 들여 찍었다고 생각한 사진들이 하나같이 물음표 투성이었다. 경험보다 사진이 주목적이 되는 건 원치 않더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싶을 정도. 그 사이에 내 미감이 발달해서 사진이 후져 보인다면 기뻐할 일이겠지만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 사진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앞에 계신 아버님의 휑한 뒤통수만 보일 뿐..
그나마 이건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자랑한 사진.


내 비루한 사진들과 달리 최근 본 콘텐츠들은 죄다 중추신경을 아릿하게 조여올 정도로 아름답고 대단해서 넋을 놓고 보기 바빴다. 대표적인 예가 며칠 전 나온 에스파의 아마겟돈 뮤직비디오다. 우스갯소리로 '진정한 자본의 맛'이라며 간단히 평했지만 여기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감각이 깃들어있다. 1세대 아이돌에서 볼 수 있던 그 시절 감성과 템포를 현대의 ai와 붙여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 영상 안에서 그 둘은 매우 조화롭게 조우할뿐더러 그룹의 색과 독특한 컨셉까지 기발한 발상으로 표현한다. 멤버의 외모를 아름답게 보이는데 치중하지 않고 그룹이 지닌 색채와 개성을 미학적으로 완성도 있게 표현한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느낀 쾌감이라니. 근래 본 비주얼 콘텐츠 중에 영화 챌린저스 다음으로 미를 향한 욕구를 그득 충족할 수 있던 콘텐츠였다. 뮤비 감독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는 건 나 같이 느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겠지.


뮤비 안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물론 미적 감각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땀으로 만들어진 체력으로 폭발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처럼 많은 것들을 탐닉하고 표현하려 노력했던 분들이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겠지. 요즘처럼 모든 것들이 비주얼로 표현되는 시대에 나도 조금은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많은,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려 노력 중이다. 다행인 건 미에 관한 욕구는 역사적으로 오래 이어졌던 터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그려내고자 노력했던 과거의 레퍼런스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일단 좋은 영화부터 시작해 보려는데, 거장들의 영화들을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가 봐야지. 보다 보면 언젠가 내 손끝에서도 거장의 향기가 얼핏 감지되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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