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말걸 그랬지, 직장인으로
왜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까. 2년 반 만에 홍보업계를 돌아온 자의 섣부른 소감이라면 소감이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마지막 직장에서 홍보를 담당한 건 아니니 '사회생활'로의 복귀라고 하는 게 맞겠다. 돌아온 대상이 홍보업계든 사회생활이든 지금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온 감상은 고달픔이다. 혼자 일을 하는 2년 반 동안은 화를 내긴커녕 그 흔한 짜증 한번 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평안했는데, 한 달 만에 이마 사이에 내천자가 선명해지는 것으로 보아 직장생활의 여파가 얼마나 빠르게, 깊숙이 내 안에 퍼졌는지 알만하다. 정말 모르고 싶었는데 말이야.
회사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은 대체로 매우 긴 것으로 판단된다. 한 달이면 하나의 캠페인이 끝날 수 있는 시기이고, 보도자료는 최소 4건 이상 기획, 작성하여 배포까지 완료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무엇보다 한 달은 우리의 월급이 돌아오는 주기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얼마나 긴지 뼛속까지 실감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 경험한 한 달은 정말 무자비할 만큼 빨랐다. 이직이 잦던 과거에 빚을 졌다고 봐도 될 정도로 과거의 경험은 한 달 동안 체계 없는 회사에서 이것도, 저것도, 그것까지! 할 정도로 빠른 시일 안에 나를 적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입사 전에는 짧지 않은 공백이 있었던 만큼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가 고민이었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지금 내가 고민해야 하는 건 너무나 빨리 적응해 버린 나머지 근 3개월 이상은 근무한 줄 알고 내게 일감을 쏟아붓는 회사다. 옳고 그름, 좋고 싫고를 논할 바는 아니지만 하나의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이게 맞아? 이게 진짜 맞아?
그런 일들을 나는 대체로 감내한다. 왜냐하면 나는 신입이 아닌 경력직이니까. 이젠 처음 마주한 상황에서도 "이게 뭐더라?" 하면서 헤매면 안 되는 나이이자 직급이 되었으니까. 내가 바라보는 진짜 나는 아직도 허둥거리고 천방지축에 실수투성이인 바보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그러면 안 되니까, 그럴 수 없으니까.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가면을 뚫고 나오려는 약한 내가 울부짖지만 모른 척 웃어 보여야, 멀쩡해 보여야 '1인분의 몫'을 하는 직장인이 될 수 있음을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 갈무리 짓지 못한 자아가 삐져나올 땐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 화장실 한 칸을 차지하고 공중에 주먹을 휙휙 휘두르기도 하고, 직장의 감시를 피해 인스타 DM으로 같은 애환을 가진 지인들과 한풀이를 하기도 한다. 엥, 이거 내가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네가 말한 거였어? 할 만큼 원인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이가 딱딱 부딪칠 만큼 추운 겨울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수해야 할 만큼 우리 속의 천불은 쉬이 꺼지지 않으니까. 그럴 땐 벌컥벌컥 들이켠 띵한 정신으로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메일 속 인사말을 가다듬으면 될 일이다. 그게 이번에 내가 해보겠다고 선택한 일이므로. '네 메일 때문에 일만 복잡해졌어'라고 쓰고 싶어도 '보내주신 내용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쓰는 일이 결국 직장인이 해야 할 의무이자 가져야 할 마음이니. 한 달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는 손짓이 어느새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