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방 100미터에 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 출간!
올해를 시작하며 새롭게 가진 꿈이 있었다. 바로 '내 책'을 내는 것. 요즘엔 이름만 조금 알려져도, 본인이 직접 돈을 투자해서라도 낼 수 있는 게 책이라지만 내 책을 갖는다는 건 다른 차원의 로망이자 꿈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막연히 자유롭게 글을 썼으면 좋겠다,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발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했지만 '내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은 앞선 이야기들과 다르게 여러 요건들을 필요로 했다. 일단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해 책을 내고 싶으니 글 퀄리티는 출판사 기준 이상은 되어야 할 테고, 눈만 깜빡이면 새 책은 물론 온갖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그런 게 뭐가 있더라. 생각해 보니 꽤 가까이 있었다. 많고 많은 내 정체성 중 지금 제일 필요한 이야기, 가장 많이 논의되었으면 하는 이야기. 바로 캥거루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전방 100미터에 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를 써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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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실지 모르겠다. '캥거루족'이라는 키워드가 뭐가 그리 특별하냐고. 책을 쓰면서도 많이 고민했고, 책을 낸 이후에도 북토크에서 혹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노파심에 생각을 다듬는 중이다. 아직 완벽히 조형하지는 않았다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캥거루족이 특별하다, 가 아니다. 캥거루족은 시대의 복잡함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을 특징짓기 위해 사용한 하나의 단어일 뿐이다. 아이돌 덕후, 조카 바보, 비혼주의자, 밀레니얼 세대처럼 나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레이어들 중 하나의 얇디얇은 표피다. 그래서 이 책 안에는 캥거루족으로만 명명할 수 없는 입체적인,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캥거루족을 다룬 기사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모습이 자리해 있다. '캥거루족? 게으르고 지 인생 하나 책임 못 지는 애들?' 같은 의견에 "아닌데요?"하고 단박에 부정하기보다는 "저 이렇게 사는데, 어떠세요?" 하며 새로운 그림을 들이대고 싶었다. 실제로 책 안에는 캥거루족 이야기 외에도 덕질, 세대 담론, 중국 이커머스 얘기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번 책의 또 다른 묘미라고 한다면 직접 그린 만화가 들어갔다는 것(글만 있는 빤한 에세이가 아닙니다!). 매 에피소드의 에필로그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며 나눈 간단한 대화들을 네 컷 만화로 그려두었다. 대체 엄마아빠들은 왜 이럴까? 혹은 엄마 입장에서 보기에 대체 내 딸은 왜 이럴까? 하는 순간들을 잡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으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길. 아래는 맛보기 이미지인데, 브런치에만 단독으로 올리는 만화 원본입니다. 하하.
물론 책을 쓴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책을 좋아해 주길, 이 이야기에 공감해 주길 바라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책을 쓸 당시 목표 역시 그런 건 아니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나의 삶을 바라보며 '그렇지, 저럴 때도 있지. 근데 나는 이렇게 했어' 혹은 '저건 아니지, 난 이렇게 생각해' 같은, 자신만의 감상과 생각을 만들어주시길 바랐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책이 어떤 논쟁의 시초나 땔감으로 쓰여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내 바람이 어떻건 간에 출간된 이상 독자분들의 판단에 모든 걸 맡기고 싶기도 하다. 웃음을 머금으시든, 만화만 보고 휙휙 넘겨버리시든, 일부를 발췌해 자신의 논리로 논박해 주시든. 뭐든 감사하고 뭐든 흥미롭습니다. 어떤 모습이건 읽어만 주시길!